정치의 기본은 말이다. 말은 정치인이 대중과 소통하는 일차적 수단으로 꼽힌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의 말은 여론의 흐름을 감지하는 풍향계 성격을 겸한다.
우리나라 정치에서 말의 문화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유교사상에 기초해 말보다 행동을 중시한 전통적 사고방식은 퇴조하고 있고, 정치인의 행보 등에서도 말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대다. 정치인의 말은 시대적 조류로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이고, 이런 양상은 일반화됐다.
문제는 대선 후보들이 말을 대하는 태도다. 정치인들이 연설이나 토론회에서 하는 발언을 보면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것이 토론의 핵심인지 모른 채 무조건 말의 잔치부터 벌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패턴은 알맹이 없는 수사와 상호 비방, 아전인수격 논리에 기초한 여야 대립 등으로 이어진다. 오히려 말을 절제하고 행동을 중시했던 시대보다 후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말은 중요한 문화 가운데 하나다. 말에 기초한 문화는 의욕만으로 일구기는 힘든 분야로, 정치인이 보통 사람들의 말로 토론하면서 다양한 정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고 이해를 갖추도록 하는 게 중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대선에 나선 후보 각자가 자신을 상대적으로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그들끼리의 말싸움에 머무는 것은 정치에 대한 불신과 거리감만 자극한다.
토론과 같은 말의 장에서는 정치를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공정하고 지혜로운 중재자가 필수적이다. 일반인들이 모든 내용을 적확하게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후보자 각자의 주장만 펼치는 장으로 변질한다면 백번의 토론을 한들 우리나라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음을 고민할 때다.
정치인의 말솜씨는 단순히 겉만 번지르르하게 잘하는 사람을 뜻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분야를 이해하고 있느냐로 살펴야 한다. 말과 사고는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발언을 조리 있게 할 수 있는 사람의 생각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우리의 생활 반경은 과거와 비교해 확대됐고, 정치인이 설득해야 할 구조적 대상도 그만큼 복잡해졌다. 반대로 정치인이 만나야 할 유권자와의 접점은 뉴스나 토론회와 같은 일방적 관찰에 머물러있지 않다. 코로나19 속에서 대선 후보가 행동으로 보여줄 공간도 과거 전통시장에 있는 국밥집 방문처럼 간단치 않다는 점도 포인트다.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지역공동체 중심을 넘어선 정보사회다. 정치인이 다양한 발표 등을 통해 밝히거나 제안하는 말은 곧 능력이다. 아무리 유능한 후보라도 자기가 아는 내용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면 무능한 사람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는 시사점은 고민을 거듭하면서 짚어볼 대목이다.
말은 단순한 재주가 아니라 생각이고, 정신이다. 말은 현대사회에서 물리적 행위보다 더 강력하고 주요한 형태의 행위다. 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대선 후보라면 당선된다 하더라도 반쪽짜리 대통령일 수밖에 없다. 대선에 나선 후보 가운데 말의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부담으로 느낄 수 있겠지만, 진정한 정치인이라면 대중이 좀 더 쉽고 편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말하는 능력을 갖춰 갈 것이란 기대를 해본다. 각자가 주장하는 정책의 본질을 제대로 꿰뚫고 있다면 말은 더 큰 힘과 기회를 줄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어떤 후보가 말솜씨의 주인공이 될지 주목된다.
조문식 국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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