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유승 기자]
롯데손해보험(000400)이 치아보험 판매를 중단한다. 치아보험은 도덕적 해이 우려가 높아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은 오는 6일부터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에서 치아보험 판매를 중단할 방침이다. 치아보험 시장에 뛰어든 지 4년 만이다. 롯데손해보험이 판매 중인 치아보험은 틀니, 브릿지, 임플란트 등 보철치료는 물론 크라운·충전치료까지 보장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치과치료확인서나 진단서를 제출하면 보험금 청구가 가능하다.
롯데손해보험이 치아보험 판매를 중단키로 한 것은 악화한 손해율이 주된 요인으로 보인다. 여러 보험사들은 최근 3~4년 전부터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대비와 신시장 확대를 위해 보장성을 대폭 늘리며 치아보험 판매에 드라이브를 걸어왔기 때문이다. 중소형 외국계 보험사에서 주로 판매하던 치아보험 시장에 대형사들까지 가담하며 시책비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실제 치아보험 붐이 불었던 2017년 치아보험 시장규모는 1조4200억원으로 4년 새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불티나게 팔렸던 치아보험은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 리스크가 높아 손해율에 치명적인 상품으로 꼽힌다. 실손의료보험과 달리 중복 보상이 가능해 여러 회사의 상품을 가입하고 보험금을 의도적으로 타내는 역선택의 리스크가 크다. 출시 당시 경험통계율도 미미해 손해율 관리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메리츠화재(000060), 농협손해보험 등 여러 손해보험사들은 손해율 관리를 위해 일부 채널에서 치아보험 판매를 중단키도 했다. 증가하는 민원도 골칫거리다. 가입자의 면책기간이 끝나고 보험금 청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2019년 상반기 치아보험 민원은 1년 새 54.8% 증가한 바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치아 상태가 좋지 않아 1~2년 뒤에 치료가 필요할 것으로 느끼는 보험소비자들이 주로 치아보험에 가입한다"면서 "치아보험 가입 후 일정 기간 뒤 필요한 치료를 끝내고 바로 해지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험사의 손해율이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치아보험이 하나 둘 사라지면서 상품 가입에 대한 보험소비자들의 고민도 커진 모습이다. 치아치료는 비급여와 고액치료가 많기 때문에 고령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험료 부담이 적은 3040세대 고객들이라면 가입을 고려해볼만 하다고 업계 관계자는 말한다.
이 관계자는 "치아보험에 가입하기 좋은 연령대는 3040대"라면서 "다만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의 소비자들의 경우 정부에서 65세 이상 국민들에게 일정 부분 치아치료 비용을 지원해주기 때문에 굳이 치아보험까지 가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남창동에 위치한 롯데손해보험 본사 전경. 사진/롯데손해보험
권유승 기자 ky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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