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카드사들이 연이어 대출상품 할인 마케팅에 뛰어들고 있다. 네이버 등 빅테크와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다. 다만 금융당국이 2금융 대출 확대 규제를 시사하고 있는 만큼 우량 고객을 선별하는 방식으로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이달 들어 할인 이벤트를 경쟁적으로 시작했다. 우리카드는 8월4일부터 개별 고객을 선정해 단기카드대출(현금서비스) 수수료 최대 60%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예컨대 40% 할인율이 적용된 고객 A씨의 경우 기존에는 15.9%의 금리가 책정됐다면 행사 기간에는 9.5%로 대출이 가능하다. 약 6%포인트 금리가 내려간 셈이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회원의 신용도, 이용실적과 향후 이용 니즈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할인 대상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카드도 이달 카드대출 할인 행사에 돌입했다. 한 달간 일부 고객에게 할인 행사를 시행한다. 신용 점수가 상위 40%에 속하는 국민카드 고객 B씨의 경우 장기카드대출(카드론) 금리가 기존보다 0.2%포인트 인하된다. 현금서비스는 기존 대비 30~35% 할인된 금리가 책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카드사들이 할인 행사를 앞다퉈 진행하는 것은 지난해부터 실적을 견인해온 카드대출 사업이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우선 빅테크가 선보인 대출 사업으로 고객이 분산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해 12월 미래에셋캐피탈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사업자를 대상으로 대출 서비스를 선보인 데 이어 최근에는 우리은행과도 손을 잡고 사업을 확대 중이다.
후불결제 서비스도 기존 카드사의 대출 사업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 4월 최대 30만원 한도로 외상 구매가 가능한 후불결제 서비스를 선보였다. 하반기에는 카카오페이와 토스 등도 후불결제 사업 참여를 검토 중이다. 업계에선 후불결제 서비스가 자리 잡을 경우 카드대출을 상당수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 토스 등 빅테크가 선보인 대출비교 서비스 역시 대출 고객을 분산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대출비교 서비스는 카드사, 저축은행 등 여러 금융 업권의 대출 금리와 한도를 한번에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다. 최근 고객들은 해당 서비스를 이용해 자신에게 유리한 업체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런 여파로 카드사들의 대출사업 수입 비중은 계속 축소되는 추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8개 전업 카드사의 분기별 수수료 수입 비중에서 올 2분기 현금서비스는 18.29%로 지난해 4분기보다 0.70%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카드론 비중도 0.62%포인트 감소한 12.94%로 집계됐다.
당분간 카드사들은 대출 수익 감소를 막기 위해 마케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업권 간 대출 사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법정 최고금리와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익 악화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다만 전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보다 선별적인 행사를 이어갈 것으로 점쳐진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부실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 우량 고객 위주로 영업에 나서는 전략을 택하고 있어서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2금융의 과도한 대출 공급을 경계하며 관리를 요구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앞서 당국은 카드사의 가계대출이 과도하게 증가할 경우 1금융과의 규제 차익을 없애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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