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땅투기로 지탄을 받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8년 전 김포한강신도시 택지개발사업 과정에서 땅주인을 상대로 각종 부과금을 뜯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계약 당시 약정한 토지사용가능시기를 지연시키고도 토지 매수인들에게 납부 의무가 없는 지연손해금과 재산세 9억원 규모를 전가해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LH의 거래상지위남용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5억6500만원을 부과한다고 16일 밝혔다.
위반 내용을 보면, LH는 김포한강신도시 택지개발사업 시행에 따른 이주자택지 및 생활대책용지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총 34필지 매수인들로부터 지연손해금 및 대납 재산세 명목으로 총 9억4800만원을 수취했다.
앞서 LH는 2008년 12월 말경 이주자 등과 '선분양 후 조성 및 이전' 방식으로 이주자택지·생활대책용지를 공급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후 부지조성 공사 중 문화재가 발견돼 계약상의 토지사용가능시기는 당초 2012년 12월 31일에서 1년 4개월 지연됐다. 토지사용가능시기란 부지조성공사 등이 완료돼 건축 착공 등 토지사용이 가능한 시기를 말한다.
하지만 LH는 실질적인 토지사용가능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토지 매수인들에게 계약서상 문구대로 매매대금 및 재산세 등의 납부를 강제했다.
LH가 부담시킨 지연손해금은 2013년 1월부터 2016년 4월까지 토지 매수인들에게 토지사용가능시기가 지연되고 있는 기간에 발생할 수 없는 8억9000만원이다.
이동원 공정위 시장감시국 시장감시총괄과장은 "토지 매수인들의 실제 토지사용가능시기는 2014년 5월1일로 토지사용가능시기가 지연되고 있는 1년 4개월간은 토지사용이 불가능해 토지사용가능시기 이후의 지연손해금이 발생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2013년 9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LH가 납부해야 할 재산세 5800여만원도 토지 매수인들에게 부담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지방세법상 재산세는 과세기준일(매년 6월 1일) 현재 사실상의 재산을 소유한 자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공정위는 계약상 토지사용가능시기가 지연돼 토지를 사용할 수 없는 기간 동안에는 토지 매수인들은 자신들이 분양받은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LH의 이같은 행위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거래상대방인 관련 토지 매수인들에게 불이익을 제공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지연손해금, 제세공과금 부담 등 관련 계약 조항들은 LH의 계약상 의무인 토지사용가능시기 이행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은 채 매수인들에게 이를 부담시킨 건 부당하다는 것이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이 과장은 "이는 LH의 내부규정 및 정상적인 거래관행에도 반하는 것"이라며 "매매대금 조기 회수에만 급급해 사건 관련 계약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적용한 사건"라고 말했다.
이 외에 LH는 사전에 사건 대상 토지들의 실제 토지사용가능시기가 지연될 것을 알고도 매수인들에게 해당 사실을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는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 과장은 "LH의 이같은 행위는 공공 택지개발 시장에서 LH가 독과점적 사업시행자가 돼 각종 개발사업에 따른 토지 공급 과정에서 유사한 형태의 불이익 제공행위를 반복할 우려가 있어 공정거래 저해성이 인정된다"며 "이번 제재를 통해 유사한 사업을 수행하는 지자체 도시공사 또는 개발공사의 업무 관행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거래상 지위를 남용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5억6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16일 밝혔다. 사진은 전북 전주시 한국토지주택공사 전북지역본부. 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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