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 지역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자사고)인 숭문고등학교가 일반고 전환을 신청했다. 서울에서는 3번째 사례이며,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지정취소 정책을 무력화하려고 법정 다툼을 벌여온 자사고이기도 하다.
숭문고는 17일 자체 사이트에 올린 '일반고 전환에 대한 입장문'에서 "학력 인구의 급감과 2013년 이후 지속 추진돼 온 자사고 폐지 정책, 학생부 기재 간소화·고교 프로파일 폐지·고교 블라인드 전형을 근간으로 하는 새로운 대입 정책과 고교 전면 무상교육 시행 등으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존립마저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토로했다.
이어 "일반 전형이 학년마다 미달되고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 학생이 거의 충원되지 않는다"면서 "정원 대비 재정 결손 비용이 해마다 늘어 재단이 충당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숭문고는 "2015 개정 교육과정 시행과 고교학점제 도입이라는 교육 환경 변화로 자사고가 일반고와 차별화할 수 있는 교육과정 운영상 요소도 많이 줄었다"며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 계획이 이뤄지면 굳이 자사고 틀을 유지하지 않고도 숭문고가 추구하는 교육과정과 교육 활동을 구현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학교는 2022학년도 신입생부터 일반고로 학교 유형을 전환하기로 했다. 1·2학년 학부모의 56%가 전환에 대한 학교의 의견 수렴에 참여해 이 중 80.4%가 긍정 답변했다.
숭문고의 전환 신청은 지난 6월과 7월 동성고 및 한가람고에 이어 3번째다. 지난 2019년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 결과에 따른 자사고 지정취소처분에 불복해 시교육청을 패소시켰는데도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고교 체제의 수평적 다양화라는 정책에 동참해 자발적으로 일반고 전환을 결정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소송에 따른 소모적인 논쟁과 갈등, 불확실성에서 벗어나 일반고로서 교육 본질에 충실한 학교 운영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숭문고의 일반고 전환이 최종 확정될 경우 학교·법인·학부모·시교육청이 참여하는‘일반고 전환 협의체’를 꾸릴 계획이다. 안정적인 일반고로의 전환과 전환기 복합교육과정이 내실 있게 운영되도록 지원하는 목적이다. 전환기 복합교육과정은 일반고 교육과정과 자사고 교육과정을 동시 운영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교육 과정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교육청과 소송 중인 숭문고의 일반고 전환을 계기로 소송 중인 다른 자사고도 소모적인 논쟁과 갈등을 종식하고 2025년 이전 자발적인 일반고 전환을 통해 개방과 공존의 수평적 고교체제 속에서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길에 동참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숭문고등학교가 17일 자체 사이트에 일반고 전환 소식을 알렸다. 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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