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2년9개월 만에 '기준금리' 긴축 선회…인상 카드 또
코로나19 사태보다 현재 '금융불균형' 심각 판단
시장에 본격적인 통화 정상화 시그널…연내 추가 인상↑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취약 계층 전가 우려도
2021-08-26 16:27:37 2021-08-26 18:29:24
 
[뉴스토마토 김충범·조용훈·용윤신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2년9개월 만에 인상한 데는 코로나19 사태보다 현재의 '금융불균형'이 심각하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역대 최고 수준의 가계빚,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주택 가격 폭증과 인플레이션 우려도 더해져 '금리 인상 카드'를 통한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 8월 인상은 본격적인 통화 정상화를 향한 시그널로 연내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추석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될 것으로 간주하는 등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한 상태다. 정부 안팎에서는 10월 인상설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 물음에 "서두르지는 않겠지만 지체하지도 않겠다. 추가 조정 시기의 가장 큰 변수는 코로나 상황이 경제에 줄 영향"이라고 밝혔다.
 
이를 놓고 8월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연내 한 차례 더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기준금리를 결정할 수 있는 금통위 회의는 10월 12일, 11월 25일 등 두 차례가 남아있다.
 
때문에 정부 안팎에서는 10월 인상설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한 전문가는 "올해 기준금리 인상은 10월, 11월 둘 중 한 번 더 할 것으로 본다. 8월에 단행해 시그널을 준 만큼, 10월 인상에 고삐를 죄야 자산거품에 적중하지 않겠느냐. 미국 연준의 내년 테이퍼링 가능성도 예측되고 있어 내년 초 한번 더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10월이든, 11월이든 연내 한차례 더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실질 금리도 마이너스인 상태고 경제성장률도 예측치보다 높다. 다른 외환시장이나 가계부채, 주택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미 기준금리 변동 추이 그래프. 자료/뉴스토마토
 
이주열 총재는 "완화 여건이 이례적으로 1년 반가량 지속되다 보니 이에 따른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며 "대표적인 것이 금융불균형이다. 이 같은 이런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역점을 두고, 경기 개선에 맞춰 금리를 정상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준금리를 0.75%로 상향한 것과 관련해서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백신 접종 확대 및 수출 호조에 따른 경기 회복 가능성 △물가 상승 압력 지속 △저금리 기조에서의 금융불균형 누적 등 3가지 요인을 꼽았다.
 
올해와 내년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대해서는 각각 4%, 3%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5월 예측치와 동일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로는 2021년 2.1%, 2022년 1.5%를 제시했다. 5월 전망치보다는 각각 0.3%포인트, 0.1%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실물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이 총재는 "분명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코로나 사태에 대한 학습 효과도 있고, 이번 확산세가 우리 경제의 회복세를 저해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이번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역시 만만치 않다. 코로나19 사태의 파급 효과 및 지속 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이 취약 계층으로 전가될 수 있어서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칫 전체 실물 경제 회복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이주열 총재은 실물경제의 부정적 영향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총재는 "이번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지만 현재의 금리 수준은 여전히 완화적"이라며 "실질 기준금리도 여전히 큰 폭의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다. 이번 금리 인상이 실물경제의 기조적인 흐름에 영향을 줄 정도로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정당국도 경제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총력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소상공인 희망회복자금을 추석 전 90% 지급하고, 국민지원금은 추석 전 지급을 개시할 것"이라며 "이 밖에 소상공인·중소기업에도 41조원 수준의 신규 금융을 추가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서민층의 집값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민층의 경우 긴급생계자금으로 일정 부분 대출이 지속될 순 있다"면서도 "시장에 풀린 유동자금이 걷히고 가계 부채의 연착륙 과정에서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 구입 수요자들의 자금 조달은 과거보다 제한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주열 총재는 "금리를 인상하면 차입이 많은 가계나 경영에 애로사항이 있는 기업들은 당연히 어려움을 겪게 된다. 코로나 사태가 겹쳐 취약계층의 어려움도 클 것"이라면서도 "통화정책은 거시경제 여건을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통화정책 정상화가 필요한 시점이라 보고 있지만, 취약 계층에게는 정부 차원의 집중 지원이 필요하다 본다"고 강조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김충범·조용훈·용윤신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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