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으로 꼽힌 아프가니스탄전쟁이 마침내 막을 내렸다. 20년을 끌어온 아프간전을 끝냈지만 미국의 표정이 개운치 않다. 탈레반이 미국이 떠난 아프간을 장악하고, 알카에다와 IS와 같은 무장조직의 은신처가 생긴 만큼 '테러와의 전쟁'까지 끝냈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30일(현지시간) AP통신과 미국 CNN 등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아프간 주둔 미군이 완전히 철군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2001년 9·11 테러 직후 치러진 미국과 탈레반의 20년 전쟁은 이날부로 공식 종료했다.
지난 20년간 아프간전의 총 희생자는 약 17만명이고, 미군 사망자는 2400명을 넘는다. 미국의 전쟁 비용은 1조 달러(약 1165조원)에 이른다.
지긋지긋한 전쟁을 끝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국방부에 따르면 카불 공항에서 탈출 작전이 본격화한 지난 14일 이후 12만3000명이 아프간을 탈출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민간인 보다 미군을 먼저 철수시키는 실수를 했다.
중동과 중앙아시아 군사작전을 책임진 케네스 매켄지 미국 중부사령관은 브리핑에서 "100명에 못 미치는 미국인이 탈출을 희망했지만 시간 내에 공항에 도착하지 못했다"고 말하며 아직까지 아프간에 탈출하지 못한 미국인의 존재를 알렸다.
탈레반은 적법한 서류를 갖춘 이들의 해외 이동을 막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무차별적 보복 등 인권 유린이 자행되고 있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22일 카불 공항 인근에서 미국 해병대와 아프가니스탄 아이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테러와의 전쟁'을 완전히 종료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탈레반이 아닌 이슬람 테러조직과의 새로운 전투를 시작해야될 상황에 놓였다. 이슬람국가 아프간지부 호라산(IS-K)이 카불 공항 입구서 저지른 폭탄 테러를 자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테러를 저지른 IS-K에 보복 공습을 한 데 이어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다"며 추가 보복을 예고하고 있다. 아프간에서 철군하면서도 아프간 내 군사작전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퇴장으로 알카에다, IS 등이 아프간이라는 은신처를 얻었다는 점에서 향후 테러리즘의 득세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이 아프간을 떠나면서 탈레반은 승전보를 울리고 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미군은 카불 공항을 떠났으며 우리는 완전한 독립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종전을 축하하는 의미의 총성을 카불 전역에 발사하기도 했다. 다른 탈레반 대변인들도 알자지라TV 등 여러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군이 완전히 아프간을 떠난 뒤 지금은 탈레반이 전역을 통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 사회에서도 탈레반 재집권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마지막 철군은 거의 20년 동안 싸웠던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단체 탈레반의 명백한 통치를 돌려놨다"고 비판했다. 영국의 BBC 방송은"미국의 가장 큰 전쟁은 끝났지만, 아프간인들에게 그렇지 않다"고 전망했다.
이 밖에 프랑스 AFP 통신은 미국이 분쟁으로 찌든 아프간을 재건하기 위해 많은 돈을 썼지만 20년간 진행된 잔혹한 전쟁이 이슬람 강경파 탈레반의 집권으로 끝났다고 지적했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점령한 탈레반이 지난 8월 19일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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