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재난지원금 신청 시 경품을 제공하는 마케팅이 금지되면서 카드사들이 물밑 경쟁에 돌입했다. 지원금 사용 기간이 겹치는 추석과 연계한 프로모션을 실시하거나 재난지원금 특화 서비스를 내놓으며 고객 유치에 나섰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6일부터 재난지원금 신청이 시작되는 가운데 올해도 카드사에서 경품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이 제한된다. 지난해의 경우 카드사들이 재난지원금을 신청하면 커피 쿠폰 등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꺼냈지만 당국의 요청으로 중단됐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공적 지원금을 사적인 소비와 연계하는 것은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침에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마케팅에 제동이 걸리자 카드사들은 우회 전략을 꺼냈다. 카드를 발급하거나 일정 금액을 결제하면 혜택을 지급하는 방식의 프로모션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국민카드는 이달 한 달간 온라인으로 체크카드를 신규 발급하는 고객이 2만원 이상 결제 시 5000원 캐시백을 준다. 간편결제로 일정액을 결제하면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쿠폰도 지급한다. 아울러 마케팅 동의할 경우 포인트 1000점이 적립된다. 또 추석을 앞두고 전 회원에게 오는 22일까지 체크카드로 건당 20만원 결제 시 7000포인트 적립 혜택을 제공한다. 건당 50만·100만원 결제할 경우는 1만5000점, 2만5000점을 각각 지급한다.
하나카드도 이달 22일까지 대형마트에서 추석 선물세트를 구입하면 할인 혜택을 선사한다. 농협 하나로마트에선 오는 6일부터 20일까지 30만원 결제 시 1만5000원 할인된다. 1000만원 이상 이용하면 최대 100만원까지 할인이 적용된다. 6일 이전에 사전예약 구매 시에는 더 큰 할인폭이 적용된다.
우리카드는 이달 24일까지 시장, 할인마트 등 업종에서 합산 10만원 이상 결제한 고객 중 1717명을 추첨해 캐시백을 지급한다. 70만원 이상 결제하면 최대 30만원을 캐시백해 준다.
신한카드는 지도 서비스를 선보여 고객을 유치한다. 재난지원금 사용 가맹점을 지도에서 알려주는 서비스를 신청 회원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위치기반 서비스에 동의하면 자택 주소지를 기준으로 지원금 이용 가맹점을 메시지로 전달하는 기능도 출시한다. 국민카드 역시 위치기반 가맹점 확인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이처럼 카드사들이 행사에 열을 올리는 것은 신규 고객을 확보할 기회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전 국민에게 지급됐던 14조원 규모 재난지원금의 경우 70%인 약 10조원이 신용·체크카드로 지급됐다. 이번 지원금 역시 11조원이 지급되는 만큼 신용판매 수익을 확대할 주요한 기회다. 물론 업계에선 사용처가 한정되고 플랫폼 구축 비용이 투입돼 큰 수익을 얻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타사로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선 이벤트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경쟁업체가 행사를 하면 이벤트를 안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당국이 재난지원금 신청 마케팅에 제동을 걸면서 카드사들이 우회하는 방식의 행사를 연이어 꺼내고 있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인근 식당에 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안내문이 붙어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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