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건조 가격이 계속해서 치솟으면서 국내 조선사들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세계 LNG선 시장에서 한국 조선사들의 점유율은 90% 이상으로, 사실상 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문이 늘면서 현재 한국 조선사들은 향후 2년 치 LNG선 건조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상황이며, LNG 연료 수요 확대로 당분간 발주 또한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8일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8월 LNG선 신조선가 지수는 151.29로 지난해 같은달보다 11.3% 상승했다. 이는 6년 만에 최고 기록이다.
최근 3년간 LNG선 신조선가 지수는 130대에 머물렀는데, 올해 5월 140을 넘긴 뒤 계속해서 오름세다. 올해 1~8월 발주된 LNG선의 평균 가격은 1억9000만달러로, 2019년 1억8500만달러와 지난해 1억8600만달러보다 5%가량 상승했다. 상반기 LNG선 발주 증가율은 전년 대비 무려 381.9% 올랐다.
LNG는 영하 163℃로 액화한 천연가스로, LNG선은 이름 그대로 이를 운반하는 선박이다. LNG는 온도가 올라가면 기화하기 때문에 이를 안전하게 운반하기 위해서는 배 안에 163℃의 극저온을 견딜 수 있는 특수한 화물 창고를 설치해야 한다. 이처럼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해 LNG선은 선박 중에서도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분류한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사진/한국조선해양
LNG선 신조선가가 오르는 건 천연가스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면서 LNG선 인기가 덩달아 높아졌기 때문이다. 천연가스 생산국인 미국과 러시아는 최근 기상 이변과 내수 공급 확대 등을 이유로 수출을 줄이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아시아 지역까지 LNG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LNG 가격 상승으로 LNG선 시장까지 호재를 맞으면서 국내 조선사들은 미소를 짓고 있다. 한국은 올해 발주된 14만m³급 이상 LNG선 38척 중 37척(97%)을 수주할 만큼 이 시장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LNG선 수주 점유율은 2018년 98%, 2019년 94%, 2020년 72%, 2021년 상반기 94%에 달한다.
밀려드는 주문에 국내 조선 3사의 LNG선 도크(선박 건조시설)는 2023년까지 모두 찬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LNG 수요 증가가 계속되고, 지난해 카타르와 계약한 물량도 곧 주문이 시작될 전망이라 당분간 선박 발주가 꾸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LNG선 신조선가가 지속해서 오르면서 글로벌 선사들이 발주를 줄일 수 있다는 예상은 나온다. 실제 아랍에미리트 국영 석유공사의 해운 자회사 에드녹 엘엔에스는 올해 주문하려고 했던 17만4000㎥급 LNG선 5척의 입찰을 내년으로 미뤘다. 도크가 포화인 데다 철강 가격 상승으로 선박 건조 가격이 더욱 오를 것으로 예상되자 발주를 잠정 중단한 것이다.
아울러 중국 조선소들이 국내 업체들이 소화하지 못한 물량을 빼앗아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중국 조선사들은 한국 조선사의 LNG선 기술력을 따라잡기 위해 연구·개발(R&D)을 강화하는 추세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지난 1일 "중국과 한국 조선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중국 조선소들이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R&D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후둥중화 조선소가 2035년까지 LNG선을 전면 고도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장난조선소는 저탄소·스마트 선박을 위한 R&D센터를 구축하고 5G, 빅데이터 기술을 신형 선박에 활용할 계획이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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