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김동연 후보가 8일 영상으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기존 정치의 문법을 깨고 제3지대를 선택한 김 후보는 정제된 스튜디오가 아닌 초록 나무와 국회를 배경으로 소탈하게 이야기를 하는 탈권위적 모습을 택했다. '기득권공화국을 타파하겠다'는 김 후보의 의지가 대선 출마 선언 영상에도 반영된 셈이다.
김 후보는 8일 유튜브 '김동연TV'를 통해 대선 출마 선언식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은 김 후보가 초록빛 잔디와 나무가 펼쳐진 길을 걸어가며 시작된다. 김 후보는 초록빛 나무를 배경으로 공원 의장에 앉아 자신이 살아온 길을 담담하게 풀어놓는 것으로 연설을 시작한다.
김동연 후보가 8일 유튜브 채널 '김동연TV'를 통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사진/김동연TV 캡쳐
김 후보는 "저는 오늘 저에 대한 세가지 이야기로부터 시작해보려 한다"며 "편하게 들어주시면 좋겠다"고 운을 뗐다. 그는 청계천 무허가 판잣집에서 성장했고, 상업학교를 나와 17세에 소년가장이 됐다고 설명했다.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직장 생활을 하며 야간대학을 다녔던 김 후보는 "민주화 열풀이 불던 시절 데모하는 학생들이 무러웠다"며 "저는 그저 살기 바빴고, 밥을 굶은 것도 한 두번이 아니었고 아파도 병원에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 힘든 시기의 경험이 제게 얼마나 큰 자산이 됐는지 인생을 한참이나 더 산 뒤에 알게 됐다"며 "가난한 사람, 덜 배운 사람, 힘이 없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제 안에 있다"고 말했다.
이는 대권에 도전한 주자들이 번듯한 스튜디오나 기자회견장에서 격식을 갖춰 대선 출마 선언식을 여는 것과는 차별화된 행보다. 특히 이번 영상은 특성화고등학교 출신 20대 청년 5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제작됐다. 이 청년들은 <뉴스토마토>에 "김 후보의 책 '있는 자리 흩트리기'를 보고 청년으로서 우리 사회에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됐다"며 "김 후보가 출마 선언을 한 기사를 보고 수소문해 무작정 찾아가 영상 제작에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김 후보는 뻔한 대선출마선언식이 아니라 스토리가 있는 출마선언식을 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며 "청년들의 손으로 만든 영상으로 서투르지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의지가 투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상을 만든 청년들도 "스튜디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유리하다"면서도 "저희가 야외로 나간 것은 탈권위와 차별성을 드러내고 싶었고, (다른 주자들에 비해) 소박하다는 것을 보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영상 도입이 초록빛 나무를 배경으로 시작된 이유도 있었다. 이들은 "김 후보가 나무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전달하고자 했다"며 "나무는 뿌리가 있기에 서 있을 수 있다. 나무가 '아래로부터의 반란'이라는 김 후보의 비전을 잘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는 이어진 영상에서 기득권공화국을 기회공화국으로 바꾸겠다는 해법도 제시했다. 특히 기득권공화국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때는 김 후보가 국회 계단을 천천히 내려오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을 제작한 청년들은 "일부러 국회 계단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찍은 것"이라며 "국회라는 권위적인 공간에서 시민들을 향해 내려온다는 뜻을 담았다"라고 의도를 설명했다.
김동연 후보가 8일 유튜브 채널 '김동연TV'를 통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사진/김동연TV 캡쳐
김 전 부총리는 '기회공화국'이라는 자신의 정치적 대안을 설명할 때 보라색 셔츠로 변신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박 평론가는 "보라색은 해방, 여성운동, 존귀한 우리 사회의 가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보라색 옷을 입었다는 것은 차별성을 부각하고 새로운, 젊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캠프 관계자도 김 전 부총리가 보라색 셔츠를 선택한 것과 관련해 "해석한 것과 같은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김 전 부총리는 보수 진영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진보 진영의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영상에서 보여주며 여야 정치 셈법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박 평론가는 "여야, 보수와 진보, 경상도와 전라도 등 프레임화 한 기존의 문법을 깨고 제3지도로서 통합과 미래를 반영하도록 영상을 기획한 것 같다"며 "이미지 전달에 꽤나 신경 쓴 영상"이라고 했다.
김동연 후보가 8일 유튜브 채널 '김동연TV'를 통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사진/김동연TV 캡쳐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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