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김동연 후보가 창당보다는 시민참여형 정치 플랫폼을 통한 정치 세력화를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아래로부터의 반란'이다. 정치적 비전으로 내세운 '기회공화국'에 대한 동의를 전제로 여야 모두에게 문을 열며 외연 확장을 시도한다는 방침도 제시했다.
김 후보는 9일 국회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창당이라고 하면 다들 지금의 정당 구조를 생각할 것 같아 창당이라는 표현보다는 기존의 정당과는 다른 아래로부터의 반란이나 직접민주주의가 가미된 정치 플랫폼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플랫폼은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 다양한 디지털 기반 기술로 구현하겠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김 후보는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아닌 3지대를 택했고, 대선 출마도 여타 후보보다 늦었다. 김 후보는 이런 약점을 타개하기 위해 일반 시민들의 지지를 끌어모을 정치 플랫폼을 만들어 정치적 파워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전문가들은 김 후보의 정치 플랫폼을 통한 대선 도전에 대해 판단이 갈리는 모양새다. 뚜렷한 지지조직이나 자금력이 부족한 김 후보 입장에서는 정치 플랫폼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의견과 현실정치의 힘과 조직 없이 승리한 대선은 없다는 입장이 팽팽히 갈렸다.
홍형식 한길리서치소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자발적으로 정치 플랫폼에 참여할 시민들이 얼마나 있겠느냐"며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아래로부터의 돌풍을 염두한 모양새인데, 그것도 시민들이 아니라 민주당원들이 이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신선한 시도"라며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공천 때문에 시도당이 있어야 하고 조직이 필요하지만 대통령 선거는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들어 가벼운 정치적 조직세 등이 일고 있고 이런 기류가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를 만들지 않았느냐"며 "(초반만 해도) 이 대표가 당선될 줄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온라인으로 정치 플랫폼을 만들면) 자금도 적게 들어, 김 후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평가했다.
김 후보가 제안한 공통공약추진평의회에 대해서는 실현 가능성이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었다.
홍 소장은 "경제정책 추진은 이해관계가 있는 집단을 조정하는 힘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정치적 파워가 없는 김 후보가 이런 조정력을 갖고 공통공약추진평의회를 현실화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박 평론가도 "3지대 정치인으로 이슈를 주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는데, 여기에 어떤 정당이 뛰어들겠느냐"라며 "국민에게 존재감을 보여주기 위한 제안이 아닐까 싶다"라고 풀이했다.
오히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3지대의 강점인 '연대 가능성'이었다. 여야 대선후보가 대통령선거 막판까지 접전을 이루게 될 경우 캐스팅보터로 중대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후보 역시 "기득권공화국에서 기회공화국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같이 논의할 수 있는 건전한 생각을 가진 분들과는 열린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3지대에서 정치를 시작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연대 대상으로 배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홍 소장은 "안 대표는 사회·문화적으로 퍼포먼스가 강한 스타일인데 경제 분야는 약해서 안 대표와 김 후보가 손을 잡으면 보완제적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선거판에서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된다. 최대한 빠르게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박 평론가는 "안 대표는 국민의힘과 연대 논의를 이미 한 사람이라, 김 후보 입장에서는 손 잡기 어려울 것"이라며 "김 후보의 연대 가능성 시사는 안 대표보다는 여성의당, 시대전환, 민생당 등 제3지대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연대의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제3지대의 길을 선택한 김동연 대선후보가 창당보다는 시민참여형 정치 플랫폼을 통한 정치세력화를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김 후보의 자신의 강점인 경제정책 논의를 주도하는 방식의 변화를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치적 파워'가 전제되지 않으면 실현 가능성은 적다고 내다봤다. 사진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9일 서울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공동취재사진단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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