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내년 대선과 맞물리면서 '블랙홀'로 떠올랐다. 이런 가운데 언론인 출신 인사가 대주주로 있는 (주)화천대유자산관리가 자산관리회사로 참여하게 된 배경에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화천대유, ‘하나은행 컨소시엄’ AMC로 참여
‘대장동 개발사업’은 2015년 이재명 성남시장 재직 시절 성남시 산하 성남도시개발공사(SDC)가 특수목적법인(성남의뜰)을 설립해 추진한 1조원 규모의 프로젝트다. 당시 이 사업에 참여해 성남의뜰 지분 1%를 보유한 화천대유는 3년간 600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받았다.
같은 기간 성남의뜰 지분 6%를 가진 SK증권은 3463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SK증권은 특정금전신탁 형태로 실질적 투자자는 이 신탁에 참여한 천화동인 1~7호다. 천화동인은 화천대유의 관계사로 1~7호 모두 각사 감사보고서, 법인등기부등본 등을 통해 언론인 출신 김 모씨(화천대유 최대주주)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말 기준 성남의뜰 주주내역.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사업 시행을 맡은 SPC 성남의뜰 지분 구조는 우선주(93%)와 보통주(7%)로 분류된다. 보통주는 SK증권이 대부분의(보통주 기준 85.72%) 지분을 쥐고 있으며 화천대유가 14.28%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우선주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53.76%로 절반 이상의 지분을, 나머지는 하나은행(15.06%) 중심으로 국민은행(8.6%), 하나자산신탁(5.38%) 등 금융사들이 고루 나눠 갖고 있다.
하루 만에 1.5조 규모 개발 사업자 선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련선거 예비 후보 해명자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하나자산신탁을 비롯해 국민은행·기업은행·동양생명과 컨소시엄을 꾸려 2015년 3월26일 대장동 개발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당시 산업은행 컨소시엄과 메리츠증권 컨소시엄도 사업 응모에 참여했으나 성남도시개발공사는 그 다음날인 2015년 3월 27일 하나은행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하나은행 컨소시엄에는 화천대유가 자산관리회사(AMC) 자격으로 포함됐다. 1조5000억원 규모 개발사업 시행사 선정이 하루 만에 이뤄진 것이다.
2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현장에서 건설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자산관리업체 화천대유자산관리 등을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특혜 논란이 거세지자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검경이 수사에 착수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캠프 측은 ‘대장동 개발사업 Q&A’ 해명 자료를 통해 “당시 (하루만의) 신속한 심사는 심사과정에 입찰 참가자의 입김이 작용할 수 없도록 차단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며 “모든 절차는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선정된 것에 대해서는 “3개 컨소시엄 중 성남도시개발공사에 5503억원 상당의 개발이익 환수를 보장하고, 자금조달능력이 가장 우수했다”며 “1조5000억원의 사업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 만큼 자금 조달능력이 가장 중요한 심사기준이었다”고 강조했다.
하나은행 컨소시엄 “화천대유, ‘맨파워’가 좋았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26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화천대유는 대표이사가 부동산 명도전문 변호사로 사업경험 및 부동산 자문 이력이 있었고, 용인, 수원 등에서 도시개발사업을 수행해본 경험이 있는 전문시행인력 합류와 회계사, 감정평가사 등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사업수행능력을 인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하나은행은 (컨소시엄) 주관사로서 컨소시엄을 꾸리면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낸 공모 지침에 따른 컨소시엄 참여를 희망하는 다른 참여자들과 서로 공감대를 형성해서 같이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자산관리업체 화천대유자산관리 등을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특혜 논란이 거세지자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검경이 수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지난 2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서판교에 위치한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 사무실 입구 모습. 사진/뉴시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입지 좋고 리스크도 거의 없는 대장동 개발 사업처럼 고수익이 점쳐지는 부동산 프로젝트 사업자 선정에는 입찰 참여자들의 물밑 작업이 굉장히 치열하게 벌어진다”며 “그런데 AMC(자산관리회사) 관련 배점이 있는데도 하나은행 컨소시엄에서만 AMC(화천대유)를 끼고 들어오고 이 분야 선수인 메리츠 등 다른 컨소시엄에선 왜 AMC를 참여시키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컨소시엄에만 AMC 참여
성남도시개발공사가 2015년 3월 말 하나은행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기 앞서 같은 해 2월 공표한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에는 ‘자산관리회사(AMC) 설립 및 운영계획’ 항목이 포함돼 있다. 배점표는 사업계획(650점)과 운영계획(350점)으로 구성됐는데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자산관리회사 설립 및 운영계획’ 10점, 조직편성 및 인력운영 계획 10점으로 총 20점의 가산점을 얻었다.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대장동은 ‘남판교 지역’의 그야말로 노른자 땅으로 수익이 확실시 되는 사업부지인데 이런 곳을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형태로 사업자를 선정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재명 캠프 측에선) 후순위로 수익배분 권한을 돌리고 리스크를 떠안았다고 하는데 후순위 파이가 워낙 크고, 인허가 등의 리스크도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제거하는 등 특혜 의혹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개인3’의 정체는 SK 최기원 이사장
개발사업 초기 4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대준 이른바 ‘개인3’이 누구냐에 대해서도 각종 의혹이 제기됐다. ‘개인3’은 최태원 SK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말 기준 화천대유 최대주주 등 채권·채무 내역.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지난해 화천대유 최대주주 김씨(100% 보유)는 장기대여금 명목으로 473억원을 빌려 아직까지 갚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는 2019년 26억8000만원을 끌어 쓰고 갚았으며 지난해에는 주주·임원·종업원이 단기대여금 명목으로 12억원을 빌렸다.
이에 앞서 화천대유는 사업 초기 ‘킨앤파트너스’라는 컨설팅회사에서 대장지구 A1·A2·B1블록 차입금으로 291억원(연리 6.9~13.2%), ‘엠에스비티’라는 주식회사에서 A12블록 차입금(연리 6.9%)으로 60억원을 끌어 왔다.
2017년에는 킨앤파트너스에서 457억원(연리 13.2~25%)을 차입했다. 킨앤파트너스에 대한 A1·A2 블록 차입금 351억원은 2018년 9월 ‘투자약정상의 투자금’으로 변경됐다.
당시 킨앤파트너스의 실소유주는 박중수 전 SK 행복나눔재단 본부장(100% 보유)이었다. 킨앤파트너스는 2016년 ‘개인3’(최 이사장)에게서 400억원(연리 10%), 우리은행으로부터 60억원(연리 4.26%)을 차입했다. 차입금 400억원은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4호의 특정금전신탁 담보로 제공됐다.
킨앤파트너스는 지난 3월 화천대유로부터 중간 정산을 받았는데 회수 및 수익에 대한 원천징수납부액만 131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납부세액을 근거로 최소 500억원 이상의 중간 정산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 킨앤파트너스 차입 내역.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검찰은 곧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중심에 있는 ‘화천대유’ 자금 흐름 추적에 나설 전망이다. 수사 본령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허위사실 공표)이지만, 이를 가리기 위해 선결 되어야 할 부분이 '화천대유'의 실체와 대장동 재개발 특혜 의혹이다.
아직 내사 단계에 있는 경찰에 앞서 검찰이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의혹 관련 자료를 확보해 이 사건의 실질적 ‘전주’와 자금의 흐름, 용처 등을 찾아낸다면 진상규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15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화천대유 특혜 의혹 수사를 촉구하는 국민의힘 소속 경기도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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