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70년 역사의 조폐공사가 설립 이후 단 한 명의 여성 임원도 배출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평등 조직을 위한 공사 측의 의지가 없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전망이다.
30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조폐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조폐공사는 1951년 설립 이후 여성 임원(기관장·감사·상임이사)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본부장급인 1급 관리직까지 포함해도 마찬가지다. 본사를 포함한 화폐본부, 제지본부, ID본부, 기술연구원 모두 상황이 같았다. 관리자급으로 분류되는 2~3급을 2021년 8월 기준으로 살펴봐도 총 125명 중 여성은 10명(8%)에 불과했다.
이는 '2021 공공부문 균형인사 연차보고서' 기준 다른 공공부문의 여성임원 임용비율 평균인 22.1%, 여성관리자 26.4%에 한참 못 미친다. 문재인정부가 ‘공공부문 여성 대표성 제고 5개년 계획’을 통해 2022년까지 공공기관의 여성 관리직의 목표 비율을 28%로 설정했지만, 이대로라면 조폐공사는 낙제점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 계획과 정면 배치되는 상황임에도 성평등 조직을 위한 공사 측의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조폐공사는 여성 관리자급 육성을 위해 △인사위원회의 여성참관인 제도 운영 △양성평등위원회 신설 등의 계획안을 마련했지만 실행하지 않고 있다.
여성참관인 제도의 경우 인사위원회, 비정규직사전심사위원회, 전일제학위과정 심사위원회, 공적국외여행심사위원회에서 운영하고 있을 뿐, 정작 승진을 결정하는 승진심사위원회에는 반영되고 있지 않다. 조폐공사는 승진심사위원회 위원들의 고과를 통해 승진 대상자를 선정하고 최종적으로는 임원급에서 승진자를 결정하고 있다.
양성평등위원회도 마찬가지다. 실질적인 운영을 위해 올해 2월부터 '양성평등동아리'로 구성해 운영 중이지만 올해 6월 반기별 정기 워크숍을 최초로 실시할 만큼 의지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양성평등의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조폐공사는 "공공기관 중 유일하게 제조업인데 여성들이 공채로 99년부터 들어오기 시작했다"면서 "그분들 중 3명이 현재 2급으로 있는데 구조적인 업 특성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양성평등위원회는 의결을 해야 하는데 직급이 낮은 분들의 목소리를 더 잘 반영하기 위해 동아리로 구성을 했다"면서 "조직 내부 일가정 양립 등의 노력을 더해 성과가 나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혜영 의원은 "화폐 사용이 줄어들면서 조폐공사가 존폐의 갈림길에 서게 된 지 오래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조직적 혁신이 절실할 때"라며 "조직 변화를 위해서라도 조직문화 개선이 시급하다. 변화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30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조폐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조폐공사는 1951년 설립 이후 여성 임원(기관장·감사·상임이사)이 한 명도 없었다. 사진/장혜영 의원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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