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중국 헝다그룹의 홍콩 증시 거래 중단 사태와 미국의 부채한도 상향 이슈 등의 영향으로 대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정부가 국내 금융·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상시 모니터링 체제를 가동한다. 아울러 정부는 필요하다면 시장안정조치를 적기에 시행할 수 있도록 모든 가용조치를 준비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7일 오전 기재부 내 거시경제금융 관련부서와 국제금융센터 등이 참여하는 거시경제 금융 점검회의를 열고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국내 금융 시장도 주가가 하락하고, 환율 및 금리가 상승하는 등 영향을 받는 모습"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과 주요 리스크 요인 등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방향 등이 논의됐다.
현 상황에 대해 이 차관은 "미 연준의 테이퍼링 등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전환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경계감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 헝다그룹 사태 및 미 부채한도 협상 관련 불확실성 등 주요 대외리스크 요인들이 글로벌 투자심리에 악화에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 4일 중국 부동산 개발회사 헝다그룹의 주식은 홍콩 증시에서 거래가 잠정 중단됐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헝다그룹의 부채 규모는 현재 약 36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지난달 29일(현지시각)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오는 18일까지 의회가 부채한도를 상향하거나 유예하지 않으면 연방정부의 자금이 고갈돼 미국 경제가 침체로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차관은 "향후 이러한 대외리스크 요인들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우리 시장의 기초여건을 고려할 때 다른 국가에 비해 다소 과도한 반응을 보이는 측면이 있으므로, 해외에서 바라보는 우리경제에 대한 평가 등을 보다 종합적이고 객관적으로 고려하면서 차분하게 시장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정부는 13억달러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역대 최저 가산금리로 발행했다. 기재부는 이날 오전 10년 만기 미국 달러화 표시 외평채 5억달러와 유로와 표시 외평채 7억유로를 발행했다고 밝혔다. 가산금리란 채권 발행 시 시장별 기준금리에 발행자의 신용위험을 반영해 덧붙이는 금리로 신용도가 높을수록 가산금리는 낮아진다.
이에 대해 이 차관은 "이는 글로벌 불안요인에 불구하고 우리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해외투자자들의 견고한 신뢰를 방증하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원화채권의 경우에도 글로벌 안전자산으로서의 지위가 향상됨에 따라 금년 중 중장기물 중심으로 외국인의 매수세가 강화되면서 9월 말 기준 잔액이 최초로 200조원을 돌파했다. 또 견조한 수출 증가세와 4% 이상의 성장률 전망 등 기업실적의 기반이 되는 실물경제 여건도 전반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여기에 역대 최고 수준의 국가신용등급과 외환보유액과 함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을 유지 중이다.
다만 주요 대외리스크들의 전개를 가늠할 주요 이벤트도 지속적으로 예정된 상황이다. 오는 8일 미국의 9월 고용지표 발표를 시작으로 13일 미국 9월 물가가 발표되고 11일은 헝다그룹 달러채권 이자지급일이다. 18일은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연방정부 자금 고갈 경고 시한이다. 다음달 4일에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린다.
이 차관은 "금융·외환시장의 안정을 위해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가동하는 한편, 필요시 시장안정조치들을 적기에 시행할 수 있도록 가용조치들을 철저히 점검·준비해 할 계획"이라며 "특히 국채시장과 관련해서는 최근 가파른 금리 오름세 등을 감안하여 수급여건에 따라 연물별 발행물량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등 적극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이 금융·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시 시장안정조치들을 적기에 시행하겠다고 7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이 차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열린 제33차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 겸 코로나 정책점검회의 겸 한국판뉴딜 점검 TF 겸 제28차 물가관계차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