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김승옥문학상은 등단 후 10년이 넘은 작가들의 단편 중 가장 뛰어난 작품에 수여된다. 올해는 공간과 사람의 존재론적 의미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대상 수상작인 문진영 ‘두 개의 방’을 포함 총 7편의 작품이 실렸다. ‘장례식’과도 같은 삶(‘시계입구가게앞검문소’)과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후 지루한 소설만 읽은 삼촌(‘지루한 소설만 읽는 삼촌’)은 상실을 돌아보게 한다. 경제적 조건에 좌우되는 사랑의 유한성 같은 한국 사회, 청춘이 당면한 이슈들도 통과한다.
2021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문진영 외 6명 지음|문학동네 펴냄
저자는 조커 같은 영화 캐릭터에서 실존주의를 찾고 프랑켄슈타인 같은 문학작품에서 과학자의 윤리에 대해 묻는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오늘날 사람들의 도파민을 분비시키는 모바일 삶과 겹쳐낸다. 옥스퍼드대학 교수인 저자는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하는 간결한 도구로 철학을 제안한다. 막스 베버 ‘노동윤리’로 칼퇴 문화에 대해 돌아보고 보부아르 ‘제2의 성’과 관련해 모성 본능에 대해 살핀다. 데카르트, 사르트르, 니체를 21세기 우리의 삶 위에 세운다.
필로소피 랩
조니 톰슨 지음|최다인 옮김|윌북 펴냄
아프리카계 미국인 최초 퓰리처상 더블수상자(‘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키늘의 소년들’)인 저자는 문학 작품을 통해 노예제도와 인종차별에 대한 끊임없는 목소리를 내왔다. 이번 소설에서는 60년대 할렘을 배경으로 평범한 가구 판매상이 강도 사건에 휘말리면서 범죄 세계에 빠져드는 과정을 그린다. 어린 시절 할렘에서 거주했던 작가의 경험을 기반으로 썼다. 약탈과 살인, 폭동으로 어지러운 할렘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재현하며 우리 시대 차별의 문제를 다시금 환기시킨다.
할렘 셔플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김지원 옮김|은행나무 펴냄
소설 주인공 마쓰는 문예윤리위원회라 자칭하는 조직으로부터 소환장을 받고 휴대전화도 인터넷도 되지 않는 어느 바닷가의 격리된 건물에 감금된다. ‘누구라도 공감할 아름다운 이야기만 쓰라’는 요구를 받는다. 자신의 주변에는 외설, 폭력, 범죄, 체제 비판이 담긴 글을 쓰던 작가들이 함께 갇혀있다. ‘표현의 자유, 그 범위는 어디까지가 돼야 할까.’ 대사 하나 만을 떼어내 혐오 문제를 거론하는 독자와 미디어를 묘사하는 특정 장면에선 오늘날 한국사회도 엿보인다.
일몰의 저편
기리노 나쓰오 지음|이규원 옮김|북스피어 펴냄
40대 중반, 암에 걸려 저승 문턱까지 갔다 돌아온 저자는 그때부터 죽음을 돌보는 장례지도사를하기로 결심한다. 2004년 700여명의 고독사 사망자들과 기초수급자 고인들의 장례를 아무 보상 없이 도맡아왔다. 팬데믹 시기에는 감염 공포에 질려 아무도 사망자 시신에 손을 대려 하지 않는 병원으로 달려가 시신을 수습했다. 외롭게 죽은 이들의 시신을 염습하고 장례식장과 화장장, 납골당을 오가며 한 많은 넋을 기린 그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성찰해볼 수 있다.
나는 죽음을 돌보는 사람입니다
강봉희 지음|사이드웨이 펴냄
책 제목은 ‘다정다감’을 장난스레 비튼 말이자 다정함에서 얻은 작고 소중한 감정의 총합을 뜻한다. 그동안 만나왔고 스쳐 갔으며 동경했고 아껴왔던 사람들로부터 얻은 감정들을 글에 싣기로 했다. 난생 처음 패키지 여행을 떠난 중년, 맞춤법은 곧잘 틀리지만 삶에 소홀함 없던 사람들, 별 생각없이 써왔던 말에 상처받았을지 모를 어릴 적 친구…. 올 겨울은 마음 속 얼음이 녹을 수 있을까. 긴 시간 거리두기로 소홀했던 주변 이들의 정감과 온기가 떠오르는 글귀들이다.
다정소감
김혼비 지음|안온북스 펴냄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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