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시대②)'뜨거운 감자' 탄소세…"관건은 감축 효과"
정부, 탄소세 연구용역 연말 '마무리'
해외사례 없어 제도 설계 복잡 …기존 제도 시너지도
지역·산업·기업 규모 등에 따른 격차 부담 완화필요
석탄발전소 중단 등도 변수…"탄소 감소 효과 최우선"
2021-11-01 06:01:00 2021-11-01 06:01:00
[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정부가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탄소세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배출량 감축과 세계적 흐름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탄소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데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지역·산업·기업규모에 따른 부담 완화 방안에 대한 보완이 절실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탄소세로 걷힌 세금은 복지 지출보다 중소 제조업 기업들을 보조하는데 사용해야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하지만 적정 세율 산정이 어렵고 실제 세 부담 주최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있는 만큼, 국내 도입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31일 세종관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환경부가 공동으로 발주한 ‘탄소가격 부과체계 개편방안’에 관한 연구용역이 연말 마무리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환경연구원, 국토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이 대거 참여한 이번 연구용역은 민감한 이슈인만큼, 현행 에너지세제와 연계한 검토가 어디까지 이뤄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연구 주제는 탄소세 부과 방식·대상·규모·용도 등이 포함되나 탄소세 부과시 실제 탄소배출량이 줄어드는 지가 가장 큰 관심 사안이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산업별 탄소세 부담 추정을 보면, 시나리오에 따라 연간 7조3000억원에서 36조3000억원의 추가 비용 발생을 전망하고 있다. 최근 국회미래연구원이 발표한 'EU 탄소국경조정 전면도입 정책충격에 따른 국내 산업 총 부담액'은 8조2456억원 규모다.
 
한국은행의 '기후변화 대응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탄소세를 부과할 경우 제조업의 생산 비용은 최대 4.5% 상승하는 등 생산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탄소세는 화석연료를 사용할 때 연료에 함유돼 있는 탄소함유량에 비례해 부과하는 조세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많이 활용되는 규제방식인 직접규제, 배출권거래제, 배출부과금 중 배출부과금에 해당한다. 배출량 당 일정 수준의 세금이나 수수료를 납부하게 함으로써 가격변수를 활용해 기업의 배출량 감축을 유도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당장 실행 가능한 탄소세 부과방안 검토보다는 탄소세를 부과했을 때 실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지 여부에 가장 큰 방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2010년에도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했으나 산업계 등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다. 하지만 최근의 분위기는 다르다.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선언이 이어지면서 탄소배출량이 많은 기업이 세계 무대에서 탄소배출 감소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2025년까지 탄소세를 도입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55%까지 줄이고 2050년 완전한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탄소 국경세를 도입한다. 칠레·콜롬비아·남아프리카공화국 등 27개국은 탄소세를 도입한 국가다.
   
하지만 탄소세의 실제 도입은 예상보다 복잡하다. 규제 방법이 다양하고 이에 따른 감축 성과가 달라질 수 있는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또 기존에 시행되고 있는 교통·에너지·환경세, 개별소비세, 주행세, 교육세 등 현행 유류세 개편과 더불어 배출권 거래제, 세제지원 등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정책 설계도 긴요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국정감사장에서 "탄소세 도입여부는 현재 우리나라가 시행중인 탄소 배출권 거래제, 보조금, 세제지원 등과 같이 묶어 판단할 사안"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우리나라 산업 구조의 특성상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하는 점도 여전히 우려지점으로 남는다. 특히 재정적 여력이 충분한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이 전환과정에서 경영난을 겪을 수 있다.
 
또 제조기업들이 지방에 산재해 있어 국가균형발전의 측면에서도 묘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탄소세를 거둬 확보된 재원을 기후대응기금에 적립해 탄소중립 전환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산업·지역·종사자를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김광석 한국산업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전통산업이나 지방소재 제조기업들이 더 큰 부담을 받을 수 있는만큼 지역간, 산업간, 대중소기업간, 계층간 나타날 수 있는 부담을 완화하고 분배할 수 있는 대책을 동시에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탄소를 줄여나가기 위한 인센티브로서 탄소세가 다뤄져야지, 마치 세원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처럼 인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금을 조달하기 위해 탄소세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 탄소세를 부과했을 때 탄소를 얼만큼 감축시킬 수 있는 건지 효과가 있는 건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탄소세를 부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탄소를 줄이는 데 별로 큰 효과는 없다면 국민 부담만 높일 뿐 실제 탄소세를 할 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탄소중립위원회에서 NDC 상향과 더불어 석탄발전소 폐쇄도 언급했는데, 석탄발전소가 폐쇄된다면 탄소세 논의는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정책에 따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등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그린플레이션'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 교수는 "기업에 어떤 세금을 부과하더라도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현상은 일어나게 돼 있다"며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수 있지만 그 폭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31일 세종관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환경부가 공동으로 발주한 ‘탄소가격 부과체계 개편방안’에 관한 연구용역이 연말 마무리된다. 사진은 태양광발전소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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