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국가 생존’을 위한 온실가스 40% 감축 목표가 제시되면서 도전과제를 위한 민관의 협업 플레이가 절실해지고 있다. 특히 불과 8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 수요에 맞춘 탄소중립 연구개발(R&D)과 금융, 세제 등 제도적 지원을 위한 고삐죄기가 요구되고 있다.
31일 한정애 환경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외교부, 기획재정부, 국무조정실(2050 탄소중립위원회) 등 관계부처 공무원과 전문가로 구성된 정부대표단은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참석해 상향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발표한다. 이 자리에서 국제사회에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실현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전달될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오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 목표치는 4억3660만톤CO2eq으로 2018년 총배출(7억2760만톤CO2eq) 대비 2억9100만톤CO2eq를 줄이기로 했다. 이는 앞서 내놓은 NDC 26.3%보다 9950만톤CO2eq 늘어난 규모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 수준. 표/탄소중립위원회.
정부가 확정한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별 재생에너지 비중은 A안 70.8%, B안 60.9%다. 이를 두고 산업계에서는 연일 우려 섞인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앞서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이 발표된 지난 18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사회적 합의와 경제·사회적 영향분석 없이 정부와 탄소중립위원회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부분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산업계가 이처럼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이번 NDC 상향과 시나리오 수립 과정에서 산업계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데다 ,목표 실현을 위해 필요한 비용추계와 구체적인 지원 방안 등이 공개되지 않아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당장 2030년 산업계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치는 종전 6.4%에서 14.5%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대해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향후 산업생산의 지속적 증가와 획기적인 탄소감축 기술 도입이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할 때 산업부문의 감축 목표가 과도한 것이 아닌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요국 기준연도 배출량 및 연평균 감축률. 표/탄소중립위원회.
정부가 정한 연평균 감축률 자체도 부담이다. NDC 40%를 달성하려면 우리나라는 매년 4.17%씩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 이는 유럽연합(EU) 1.98%, 미국·영국 2.81%, 일본 3.56% 등 주요국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들 국가는 모두 NDC 기준이 우리보다 앞서 있어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편이다. EU와 영국의 기준 연도는 1990년이고, 미국은 2005년, 일본은 2013년이다. 이런 가운데 산업계는 정부가 선제적으로 나서 업계 부담을 덜어주길 바라고 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달 8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경제5단체장 간담회에서 "탄소 감축은 회피하고 늦춘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생각한다"며 "정부의 적극 지원과 민관 원팀 플레이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산업계의 이같은 요구를 받아들여 탄소중립 분야 선도 기업들이 참여하는 민간 R&D 협의체를 구성해 탄소중립 관련 사업과 R&D 과제 수요를 발굴해오고 있다. 아울러 오는 연말 발표 예정인 탄소중립 기술혁신 전략로드맵에도 기업들의 탄소중립 기술확보 방안과 기업 참여 활성화를 위한 정책·규제 개선 방안 등도 반영할 계획이다.
관련 기술 개발에도 정부 예산을 적극 투입한다. 대표적으로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 기술인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기술 개발의 경우 총 950억원 규모의 R&D 자금이 지원된다.
이와 함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탄소중립 기술특별위원회에서는 50여명의 전문가가 참여해 에너지, 산업, 수송교통, 건물도시ICT, 환경 등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부문별 기술 이슈를 검토한다.
정부 관계자는 "탄소중립에 소요되는 비용은 새로운 일자리, 신규 사업기회 창출 등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용될 수 있는 투자임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지난 29일 '제9회 국제 재정 포럼'을 통해 "탄소 중립 사회를 위해서는 재정 당국이 모든 분야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며 "탄소 중립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기존 사업을 접고 다른 사업으로 전환해야 하는 사업주와 이 산업에 종사하던 사람은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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