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일단 줄부터 서세요. 지금 다 들어가려는 줄이거든요. 길 건너편에 저기도 줄이에요. 저기 가서 서시면 돼요.”
위드 코로나가 시행된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홍대 앞 한 클럽 앞에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취재를 위해 서성이는 기자를 향해 클럽 직원은 위와 같은 말을 던지고 이내 총총걸음으로 자리를 옮겼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가 시행된 첫날인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홍대 클럽 거리에는 인파가 가득했다. 대기 줄이 길어 다른 골목까지 줄이 이어져있었다. 클럽 영업이 종료되는 자정이 단 1시간 남은 오후 11시에 벌어진 진풍경이다.
영업시간 종료 1시간 앞두고도 클럽은 문전성시
앞서 이날 오후 9시 40분 홍대입구 전철역에는 한껏 멋을 낸 이들이 출입구 밖을 향하고 있었다. 그들과 함께 가장 많은 청년층이 모이는 홍대입구역 9번 출구로 향했다. 9번 출구 인근에선 들뜬 분위기를 감지할 수 없었다. 위드 코로나 전처럼 다소 한산한 분위기였다. 코로나19 직격타를 맞았던 홍대 거리는 아직 몸이 덜 풀린 듯한 느낌이었다.
홍대 앞 걷고 싶은 거리, 홍대 패션거리 모두 과거의 화려한 기운은 찾아볼 수 없었다. 홍대놀이터는 여전히 막아둬 이용할 수 없도록 했고 인근에는 여전히 ‘임대문의’가 나붙은 건물들이 많아 어둑어둑하고 을씨년한 풍경을 보태고 있었다.
위드 코로나가 시행된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주점 앞에 손님들이 줄을 서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위드 코로나 전환을 만끽하는 곳은 따로 있었다. 감성주점, 헌팅포차, 클럽이 즐비한 골목에 들어서자 그제서야 매캐한 담배연기, 인파, 음악소리로 가득찬 거리가 눈에 들어왔다. 곳곳에서 대기 줄이 길에 늘어졌다. 월요일 밤이란 게 무색할 정도로 해변가를 방불케하는 옷차림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전 같으면 모두 문을 닫을 시간이지만 위드 코로나가 시작된 1일에는 오후 10시가 진짜 시작이었다.
이 가운데 클럽 직원, 대기 줄 인원들이 마스크를 쉽게 벗어버리는 모습도 종종 보였다. 안내하는 직원이 마스크를 미착용한 채로 클럽 내에서 마스크를 꼭 써야한다고 강조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클럽 근처의 한 주점에서는 많은 인원을 감당하기 역부족인 듯해 보였다. 갑자기 늘어난 손님을 맞느라 일손이 부족해 방역 지침을 제대로 준수하기는 어려워보였다. 안심콜을 안내하기는 했지만 따로 확인을 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곳에서도 온도차가 느껴졌다. 위드코로나 특수를 기대했지만 클럽과 헌팅포차에 사람이 몰리면서 오히려 평범한 주점들 곳곳은 썰렁한 모습이었다. 한 칵테일 주점 직원들은 아예 가게 밖으로 나와있었다. 이 중 한 가게 직원은 “어제만 해도 밤 10시에 영업을 마감했는데 오늘은 아예 내일 새벽 5시까지 영업을 하기로 결정했다”며 “생각보다 손님이 너무 없어서 칵테일이라도 무료로 마시고 가라고 유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심심해서 그런데 말동무라도 해달라”고 하기도 했다.
인근 상권 아직 몸 덜풀렸지만…회복 기대감 '꿈틀'
오후 10시 30분쯤 근처 연남동으로 발길을 돌렸다. 연남동은 클럽이 없어선지 아직까지 적막에 휩싸인 모습이었다. 다만 그동안 10시면 문을 닫아야 했던 옷, 액세서리 상점 등이 오후 10시 30분까지로 영업시간을 연장했다. 오후 10시가 넘어서도 물건을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 피어싱 가게 점주는 “1일 이전 오픈을 미리 계획했는데 딱 위드코로나와 맞물리게 됐다”며 “위드 코로나 때문인지 손님들이 오후 10시가 넘도록 많이 왔다”고 설명했다.
위드 코로나가 시행된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오후 11시 10분쯤 다시 찾은 홍대 패션거리에서는 한 할아버지가 춤을 추며 버스킹을 하고 있었다. 할아버지 앞에 관객들이 2줄로 자리하며 나홀로 버스킹에 환호했다.
이날 홍대 주점을 찾은 강아무개씨(27·여)는 “너무 행복하고 숨통이 트인 기분”이라며 “그동안 놀지 못했던 시간만큼 더 많이 놀아야 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대해서는 “질병관리청에서 판단을 하고 내린 결정이다. 이미 미국, 유럽 등도 위드코로나를 하고 있고 우리라고 못 할 것도 없다”며 “우리나라는 코로나19 확진자 수 비율도 적은 편이고 정부 지침도 잘 따르는 편이기 때문에 문제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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