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관 때문에 수능 망쳤다" 수험생 호소…교육청 "감독관 실수 인정"
감독관이 과목 순서 착각…수험생 시험지 강제로 넘겨
2021-11-22 14:11:09 2021-11-22 14:11:09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른 수험생이 "감독관 때문에 수능을 망쳤다"며 인터넷 온라인 커뮤니티에 피해를 호소한 가운데 대구교육청 측이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대구 상원고에서 수능을 치른 학생이라고 밝힌 A군은 지난 19일 '감독관의 실수로 고3 첫 수능은 완전히 망쳐버렸습니다'는 글을 올렸다.
 
A군이 1교시 국어 시험 때 독서 지문을 읽으며 문제를 풀던 중 감독관이 '선택과목부터 풀라'고 지시했다. 감독관은 A군이 지시를 따르지 않자 선택과목부터 풀어야 한다며 시험지를 집어 들고 '화법과 작문' 영역 지문이 있는 9페이지로 넘겼다.
 
A군은 "행위가 너무 강압적이어서 순간 진짜 그런 규칙이 있는 줄 알고 참고 지문을 읽어 내려갔다"며 "너무 마음이 황망하고 긴장해 마음이 추스러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또한 "너무 화나고 분해 명상을 해도 그 강박적인 상황이 트라우마가 돼 머리에 맴돌았다"며 "결국 시험을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현행 수능 규정에 따르면 국어 시험에서 어떤 과목을 먼저 풀어야 하는 규정은 없다. A군은 4교시 후 시험본부에 1교시의 상황을 전했다. 해당 시험본부는 감독관께 전달해 연락을 주기로 했지만, 밤늦게까지 연락하지 않았다.
 
논란이 일자 해당 감독관은 다음날 작성자의 부모에게 연락을 취했다. A군의 부모는 감독관에게 "아이가 논술 시험을 앞두고 손발을 부르르 떨고 외상성 스트레스 장애 증상인 것 같다. 어떻게 책임질 건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감독관은 "어떤 걸 원하시느냐. 고소 진행하기를 원하는 건가. 아니면 손해배상이라도 청구하실 건가"라고 답하며 글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이후 분노를 이기지 못한 A군 부모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A군은 "손발이 떨리고 너무 억울하고 분하다"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 대구교육청 측은 22일 "유선으로 조사를 마친 결과 학생의 주장이 어느 정도까지는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고사장의 제1 감독관이 착각했던 부분에 대해서 실수를 인정했다"며 "오늘 해당 고사장의 제2 감독관 등과 함께 현장 조사를 통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좀 더 세밀하게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최근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감독관에 대한 징계 여부 등은 교육부와 협의를 해봐야 한다"며 구체적인 징계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수험생 피해 부분에 대해서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학생이 지난 토요일에 논술 시험에 응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올해 문제없이 진학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예정이고, 벌어진 사태에 대해 어떤 조처를 해야 할 것인지 등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18일 서울 영등포 여의도고등학교에 마련된 수능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