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전 남자친구에게 스토킹을 당해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이 1년간 총 5차례 112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가해자에게 "접근 말라"는 구두경고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경찰청 관계자는 22일 살인 등 혐의를 받고 있는 A씨와 관련해 "시스템에 1년간 다섯번 (스토킹 관련)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피해자인 B씨가 첫 번째로 A씨를 신고한 것은 지난 6월26일이다. A씨가 짐을 가지러 왔다며 B씨 집에 머물렀고, 출동한 경찰이 A씨를 지하철역까지 격리하고 경고 조치를 내렸다.
두 번째 신고는 지난 7일로 B씨는 A씨가 힘들다고 회사 앞까지 찾아와 경찰에 신고했다. 이날부터는 경찰이 신변보호 조치를 하고 스마트 워치를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A씨는 경찰의 임의동행 요청을 거부했고, 경찰은 '재차 접근하면 처벌 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구두 경고를 전했다고 밝혔다.
하루 뒤인 8일 B씨는 A씨의 집에 짐을 가지러 들어가야 하는데 불안하니 동행해달라고 파출소를 방문했다. 이게 세 번째 신고다. 이날 경찰이 B씨 귀갓길에 동행하기도 했다.
네 번째는 9일, A씨가 B씨의 직장으로 찾아갔을 때다. B씨는 A씨를 회사 앞에서 만난 뒤 헤어졌는데,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며 찾아줄 수 있냐고 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저녁에 퇴근할 때 담당 경찰관이 B씨를 집까지 동행해 준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마지막 신고는 사건이 일어난 당일인 19일이다. B씨는 이날 오전 11시29분쯤 스마트워치를 통해 경찰에 구조 신호를 보냈다. 경찰이 소식이 없자 11시33분쯤 재차 구조를 요청했다. 경찰은 첫 신고 3분 뒤인 오전 11시32분쯤 서울 명동에 도착했지만, 그곳에 피해자는 없었다. 부정확한 위치가 전달돼 혼선을 빚은 것이다.
경찰은 뒤늦게 인근에 있는 B씨 주거지로 출동했다. B씨는 오전 11시41분쯤 흉기에 찔린 채 발견됐다.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오후 1시3분쯤 숨졌다.
경찰 관계자는 첫 출동 당시 주거지로 경찰관을 보내지 않은 것에 대해 "제일 아픈 부분이다. 애초에 조치를 했으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었다"고 말했다.
이어 "신고 위치값에 (경찰관을)보내는 것이 합리적이긴 하다. 다만 (위치추적시스템의)기술적 한계를 감안하고 집이 오차범위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면 (출동을) 고려했어야 했다고 반성한다"고 말했다.
살인혐의를 받는 A씨는 22일 오후 1시37분쯤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정색 옷과 모자를 쓰고 고개를 숙인채 법원에 입장한 A씨는 '혐의를 인정하나' '피해자 휴대폰은 왜 버렸나' '유족에게 할 말 없나' 등의 취재진의 질의에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청사 앞으로 들어갔다. A씨의 구속 여부는 이날 오후 늦게 결정될 예정이다.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고 있던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피의자가 대구에서 긴급 체포돼 20일 오후 서울 중구 중부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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