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값 뛰는데…샴푸·세제 가격 못올리는 이유
나프타·팜유·벤젠 등 최대 2배 상승…"가격경쟁력 중요, 제품 단가 인상도 어려워"
2021-11-29 17:19:08 2021-11-29 17:19:08
애경산업의 케라시스 스템루텐스 두피영양 샴푸. 사진/애경산업
 
[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화장품업계가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저하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나프타, 팜유 등 주요 원재료 단가는 두 배 가까이 올랐는데 가격 경쟁력 문제로 제품 단가를 쉽게 올리지 못하는 탓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화장품, 생활용품에 사용되는 원재료 가격이 작년 말 대비 큰 폭으로 상승했다. 나프타, 벤젠, 팜유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이 최대 87%까지 오르면서 화장품 기업들의 수익성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애경산업(018250)의 주요 원재료 나프타의 가격은 작년 말 배럴당 43달러에서 올해 3분기 말 기준 74달러로 72% 올랐다. 같은 기간 벤젠의 가격은 톤당 532달러에서 997달러로 87% 급등했다. 에틸렌과 옥수수 등의 가격도 상승했다. 
 
LG생활건강(051900)의 생활용품 주요 원재료인 팜유 가격도 대폭 상승했다. Palm Stearin Oil 가격은 작년 말 톤당 684달러에서 올해 3분기 1091달러로 60% 뛰었고, Palm Kernel Oil는 작년 말 톤당 855달러에서 1312달러로 53% 올랐다. 한국콜마(161890)의 화장품 원재료인 글리세린 가격도 작년 말 kg당 930원에서 올해 3분기 1853원으로 두 배 가까이 급등했다.
 
화장품부터 세제, 샴푸 등 생활용품에 쓰이는 원재료 가격 인상은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애경산업의 3분기 매출액은 1457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4.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5% 줄어든 62억원이다. 회사측은 글로벌 물류 이슈와 함께 주요 원부자재의 가격 상승 등 경영환경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의 3분기 생활용품(HDB)사업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4.7% 감소한 636억원을 기록했다. 피지오겔, 자연퐁 등 주요 브랜드의 선전으로 매출은 6.1% 늘었지만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익이 줄어들었다. LG생활건강의 생활용품사업 원재료 비중은 전체 매입액의 36.02%에 달한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생활용품 부문은 높은 기저에도 매출이 6% 상승하는 견조한 흐름을 보였으나, 팜유 및 골판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영업이익은 5%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의 자연퐁 스팀워시 식기세척기용 세제. 사진/LG생활건강
 
지난해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던 원재료 가격이 올해 급등하자 화장품업계는 수익성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샴푸, 세제 등 생활용품의 경우 제품 단가가 낮은데 비해 가격 인상이 쉽지 않아 원재료가 오르면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제품 대부분 실생활에 맞닿아 있어 가격 인상이 어렵다는 것이다. 식품업계의 경우 팜유 가격이 작년보다 올해 두 배 가까이 상승해 줄줄이 가격을 인상한 상태다.   
 
다만 원재료 인상 영향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전세계 팜유 생산량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전세계 팜유 생산·수출량 1위인 인도네시아는 비료사용 감소와 유지관리 등으로 생산에 차질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 상승 여파로 나프타 가격도 올들어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화장품업계 한 관계자는 "공급 부족 등의 문제로 원가율 부담이 커지는 상황인데 세제, 샴푸 등 생활용품의 경우 제품 단가가 낮고 가격 경쟁으로 단가를 올리기도 어려워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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