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내년에는 올해보다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가 올해보다 낮게 책정되면서다. 여기에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서 한시적으로 제외됐던 전세자금 대출이 내년부터 포함될 경우 가계대출 여력이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은 지난달 금융감독원에 내년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치를 4.5∼5%로 제출했다. 앞서 금감원은 내년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율을 평균 4.5% 수준에서 관리하겠다는 지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3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내년은 큰 폭으로 확대된 가계부채 문제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정상화하는게 목표”라면서 이번 가계대출 관리 목표치를 설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은행권도 내년 가계대출 목표치를 4.5%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재근 차기 KB국민은행장 후보는 "내년에는 가계대출이 4.5% 이하로 성장해야 한다"며 "이것은 KB만이 아니라 모든 은행이 안고 있는 문제여서 자본시장 등에서의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올해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당초 금융당국의 목표치였던 5%를 모두 넘어섰다. 한시적으로 제외했던 전세자금 대출까지 포함하게 된다면 내년 대출 규제는 더 강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서민금융이나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은 차질 없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고승범 위원장은 “중저신용자 대출과 정책서민금융 상품은 한도와 총량 관리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면서 “구체적인 방안은 금융권과 협의를 거쳐 이달 안에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저신용자와 같은 대출 실수요자를 대상으로는 대출 규제를 일부 완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금리마저 오른 상황에서 대출 규제까지 강화되면 서민들의 삶이 더 팍팍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부착돼 있는 대출 안내 모습. 사진/뉴시스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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