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저축은행 소멸)①코로나가 부른 양극화…상위 10곳, 순익 61% 독점
상위 10곳 3분기 누적 순이익 9639억… 전년비 66.9% 증가
디지털 격차 확대에…대형 저축은행으로 쏠림현상 심화
2021-12-10 06:00:00 2021-12-10 06:00:00
[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코로나19 확산이 저축은행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수도권 업체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한 사이 지방 저축은행은 경영난을 겪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 격차를 키웠다. 디지털 플랫폼 구축에 선제적으로 나선 수도권 저축은행은 신규 고객을 대폭 확보했지만 오프라인 영업을 기반으로 한 지방 저축은행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지방 저축은행들 사이에선 양극화 문제를 더 이상 해소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한탄이 나온다.
 
 
9일 <뉴스토마토>가 79개 저축은행이 공시한 실적을 분석한 결과 자산 기준 상위 10개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페퍼·웰컴·애큐온·유진·모아·OSB·상상인)의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963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5776억원) 대비 66.9% 증가했다. 이들 저축은행은 모두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
 
전체 79개 저축은행으로 범위를 넓히면 순이익은 늘었지만 상위 10위권 업체의 증가폭에는 못 미쳤다. 전체 저축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익은 1조5814억원으로 전년 대비 56.7% 상승하는데 그쳤다.
 
코로나 장기화가 지속되면서 대출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이자수익은 상위 저축은행이 독식했다.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전년 대비 51.7% 상승한 293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한 해 수익을 세 분기 만에 달성했다.
 
업계 2위 OK저축은행의 누적 순이익은 1994억원으로 전년 대비 55.5% 확대됐다. 페퍼저축은행은 10개 업체 중 상승폭이 가장 가팔랐다. 전년 대비 254.5% 증가한 663억원을 기록했다. 
 
상위 10곳의 순익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1.0%로 전년 동기 대비 3.7%포인트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나머지 저축은행의 순이익 점유율은 42.8%에서 39.0%로 추락했다. 
 
심지어 지방 업체 중에는 누적 순익이 적자를 기록한 곳도 나왔다. 경남 소재 조흥저축은행의 올 3분기 누적 순손실은 1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손실폭이 12억원 확대됐다. 경북에 위치한 대원저축은행도 올해 순손실이 6억원으로 전년보다 5억원 감소했다. 대아저축은행은 12억원의 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이처럼 수도권 상위 업체가 업계 전체 순이익을 독식한 건 디지털 격차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코로나 확산으로 고객들의 비대면 대출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디지털 플랫폼에 선제적으로 투자한 상위권 업체에 고객이 몰렸다. 이와 달리 지방 저축은행은 디지털 인력과 투자 여력이 부족하면서 오프라인 고객이 감소한 타격을 그대로 입었다. 한 지방 저축은행 관계자는 "경기나 서울권 저축은행은 디지털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만 지방은 그렇지 않다"며 "지방에선 디지털 전산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데다, 대형사에 준하는 급여를 맞춰주기 쉽지 않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지방에서 일어난 대출 계약도 수도권 대형 업체가 차지하는 경향도 점차 짙어지고 있다. 지방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방에서 공사를 한다고 해도 수도권 저축은행이 내려와서 모집을 하거나 수도권 저축은행 소속 지역 점포에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며 "PF(프로젝트 파이낸싱)라든가 컨소시엄 대출에서 지방 저축은행이 참여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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