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저축은행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려면 영업구역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저축은행 내부적으로는 지역 연대를 강화하고 핀테크와 협업을 통해 디지털 역량을 제고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9일 업계 및 전문가들은 저축은행 양극화를 개선하기 위한 첫 단추로 영업구역 규제에 대한 차별 조치 시정을 꼽았다. 지난 2011년 벌어진 저축은행 사태를 계기로 대형 업체와 지방 저축은행 간 영업구역 규제가 차별적으로 적용돼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정부는 저축은행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대형 업체가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합병할 수 있도록 복수 영업구역을 허용했다. 복수 영업구역이 채택되면서 대형 업체는 시장 점유율을 크게 확대할 여건을 확보했다. 저축은행의 경우 각 회사가 속한 영업구역에서 의무대출비율(서울 및 수도권 50%, 그외 40%)을 충족해야 하는데, 복수 영업구역이 채택된 대형사들은 복수 구역에서 취급한 대출을 총합해 의무대출비율을 준수할 수 있어 영업 확대가 수월하다. 반면 단일 영업구역을 가진 지방 업체는 대출 수요가 적은 지방에서 의무대출 할당량을 채워야 해 고객 모집에 한계가 생긴다.
이같은 차이로 양극화가 확대되는 만큼 업계에선 지방 저축은행에 한해 영업구역 규제를 일부 완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 지방 저축은행 관계자는 "서울 소재 저축은행들은 전국 영업권인 데다 대출 수요가 많아 의무대출비율을 채우기 쉽다"면서 "지방은 낙후가 되고 개발이 안 되니까 의무대출비율 채우기 어려워 기본적인 여신 영업이 안 된다"고 호소했다. 지난 3월 김영규 스마트저축은행 대표가 서민금융포럼에서 "지방 저축은행이 비대면에서 판매하는 햇살론, 보증상품 등을 영업구역 규제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저축은행 간 M&A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위기에 봉착한 지방 저축은행을 인수 및 합병해 영업구역을 확대함으로써 활로를 마련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업계에선 지난 2월 당국이 2021년 업무계획을 통해 내놓은 저축은행 간 M&A 규제 완화 구상은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한다. 영업구역을 2개까지 확대하는 인수·합병을 허용한다는 방침이 제안됐지만 서울에서 영업하는 주요 저축은행의 참여는 배제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저축은행 내부적으로는 지역 연대를 강화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관계형 금융을 바탕으로 대출 만기를 장기화하고 동반자적 관계를 형성해 차별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목표를 공유함으로써 전략적 협력 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대안으로 꼽았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은 "일본과 독일의 경우 지방은행과 저축은행이 지자체에 대한 자금 공급을 담당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지역금융기관이 지자체와 협력을 통해 지역에서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 금융기관 또는 핀테크와 제휴를 바탕으로 디지털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지방저축은행 간 협업으로 디지털 전환 비용을 절약하고 핀테크와 협업으로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장기적으로는 지방 경기를 활성화하고 1·2금융업권 간 업무 범위를 조정해 지방 저축은행의 활로를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지방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상태에서 저축은행이 돈을 운용할 데가 없는 게 본원적인 한계"라면서 "시중은행의 업무 범위가 넓어 2금융과 공생이 어려운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지방 저축은행에 적용되는 영업구역 규제를 일부 완화하고 핀테크와 협업을 통해 디지털 역량을 제고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사진은 서울에서 영업 중인 한 저축은행 점포. 사진/뉴시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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