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최근 행보를 둘러싸고 당내 이견이 새어나어고 있다. 코로나19 등 민생 현안에 대응키 위해 실용주의를 꺼내든 가운데, 급한 마음에 이것저것 써보는 임시방편 성격이 강하면서 좌충우돌로 비치기도 한다. 독단과 소통의 부재를 탓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정부의 반대 속에도 다주택자 양도세 과세 유예를 꺼내드는가 하면 느닷없이 전두환씨의 경제성과를 논하기도 했다. 이 후보의 오락가락 행보에 당으로서는 극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게 됐다. 소속의원들이 뒷짐을 지고 대선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는 것에 대해서는 반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 중진 윤호중·이상민, 이재명 연쇄 비판
윤호중 원내대표는 1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 후보가 13일 언급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양도세) 과세 유예에 대해 "지난해 5월 말까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유예했는데, 효과가 별로 없었다는 검토 의견이 있었다"며 "당에서 찬반이 엇갈리고 방침이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정책 검토 요청에 원내사령탑이 사실상 난색을 표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앞서 전날에는 경선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이상민 의원이 이 후보의 '전두환 공과' 발언을 지적하고 나섰다. 그는 "내용적으로 국민의 지배적 여론이나 민주당의 기본 가치에 반하고, 절차적으로도 너무 쉽게 왔다갔다 말 바꾸는 것"이라며 "결과가 좋으면 과정이야 어찌되든 아무 상관 없다는 위험한 결과 지상주의에 너무 함몰된 게 아닌지, 지역주의를 부추기거나 이용하려는 것 아닌지 우려가 한둘이 아니다. 신중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1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경북 포항시 포스텍에서 열린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추모식에 참석해 동상에 헌화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후보 메시지에 '이게 뭐지?'…"원팀 족쇄 풀리면서 시늉만"
특히 두 사람은 줄곧 이 후보에게 우호적인 인사들로 분류돼 발언의 배경을 놓고 갖가지 해석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선대위 관계자는 "이 후보가 '이재명의 민주당'이라고 하고 중진들을 용퇴시키면서까지 선대위 쇄신을 주도할 때만 해도 비판의 목소리가 드물었는데, 지금 행보에 대해선 쓴소리가 연이어 나온 걸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당의 정체성과 직결된 전두환씨 공과 등에 대한 후보의 발언을 용인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이 후보는 당내에서도 전씨에게 가장 비판적이었다.
특히 이 후보가 소수의 측근들과만 논의, 일반 인식과 동떨어진 메시지를 계속해서 내놓는 건 제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전씨 재평가를 비롯해 기본소득 및 국토보유세 도입 유예, 전국민 재난지원금 철회, 국민의힘 '자영업자 손실보상' 전격 수용, 조국 사태 사과 등이 모두 당내 혼선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대선후보 선출 직후 경기도지사 국정감사 수감, 대장동 특검 '조건부 수용' 등은 이 후보가 당의 의견을 무시하고 사실상 독단적으로 결단한 사례에 속한다. 결국 소통의 부재다.
수도권 한 중진 의원은 "전두환씨 발언도 그렇고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즉석연설을 들을 때마다 '이게 뭐지?' 하면서 깜짝 놀라는 게 하루이틀이 아니다"라며 "요즘은 나도 이해 안 되는 메시지를 전달하느라 애를 먹는다. 과연 민심이 호응하겠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재선의 다른 의원은 "원팀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족쇄가 풀리니 선거운동은 SNS에 게시물만 올려 시늉만 내는 수준"이라며 "친이재명계 빼곤 대부분 손을 놓고 있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동네 경선캠프 수준이지, 대선캠프는 아니다"는 말도 나왔다.
중도층 확장 '고육지책'…"성장 말한다고 변절이냐?"
반론도 있다. 이 후보의 민생행보가 우클릭, 갈팡질팡으로 비쳐지기도 하지만 중도층 확장을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설명이다. 이 후보는 선대위 쇄신이 윤곽을 잡았다고 판단한 뒤 민생현안에 집중하기 시작했는데, 마침 국민의힘 선대위가 출범하고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양극화 완화'를 강조하고 나설 즈음과 맞물렸다. 이 후보와 가까운 한 핵심 관계자는 "윤석열 후보가 김종인, 김한길 두 사람을 영입하고 공정과 양극화 완화, 확장적 재정 등을 주장하면 혁신이고, 이 후보가 성장론과 조세부담 완화 등을 강조하면서 중도층을 공략하면 우클릭이고 변절이냐"며 "'비판을 받더라도 민생을 살리기 위해 뭐든 다 하겠다'는 절박함과 유연성으로 봐달라"고 강조했다.
다른 한 측근은 "'수경용권'(守經用權)이라는 말이 있는데 '세상이 평안할 때는 경전에 따라서 일을 처리해야 하지만 천하가 어려워지면 임기응변을 발휘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이 후보가 기본소득과 국토보유세 도입을 주장했다고 해서 경제적 여건 등을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인다면 그게 더 문제 아니냐. 진영논리만 고집해 우리 편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상대방의 장점을 모른 척 하는 것은 내로남불"이라고 반론했다.
14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또 다른 관계자는 당내 논란에 대해 "2017년 경선과 이번 경선에서 이 후보를 도우며 그의 철학을 온전히 이해하는 의원들도 있겠지만, 타 캠프에 있던 의원들 또는 이번에 후보를 처음 알게 된 의원들은 아무래도 후보를 돕는 적극성이 떨어지고 후보를 평할 때 본인의 입장을 앞세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선후보가 제왕은 아니기 때문에 후보의 행보에 대해선 다양한 평가와 목소리가 존재할 수 있다"면서 "여러 생각과 이해관계를 가진 의원과 당원, 지지자가 모여 대선 승리를 지향하는 과정에서 나온 애정 어린 목소리를 이 후보에 대한 비토로만 해석하는 건 곤란하다"고 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