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정부가 새해를 앞두고 총 3094명에 대해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이번 특별사면 대상자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포함됐다.
법무부는 오는 31일자로 중소기업인·소상공인 등 서민생계형 형사범, 특별배려 수형자, 전직 대통령 등 주요 인사, 선거 사범, 사회적 갈등 사범 등 3094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고 24일 밝혔다.
우선 수형자·가석방자 700명과 집행유예자·선고유예자 1950명 등 일반 형사법 2650명이 특별사면됐다. 이 중에는 새터민 1명, 중소·영세상공인의 경제 활동 복귀를 지원하기 위해 부정수표단속법 중 수표 위조 사범 등을 제외한 순수한 수표 부도 사범 12명이 포함됐다.
또 중소기업을 운영했거나 소규모 자영업을 영위하던 중 경제 범죄를 저지른 수형자·가석방자 가운데 전과, 정상 관계 등을 고려해 사면 대상자 38명을 선별했다.
이 과정에서 △장기간 정상적으로 사업체를 운영하다가 사업 부진으로 인해 채무가 누적돼 거래 상대방에게 피해를 준 사안 △피해 금액을 개인 용도가 아닌 사업 용도에 소비한 사안 △피해자와 합의되거나 피해 복구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한 사안 등이 고려됐다.
곤궁범·고령범죄자 일부 특사
형집행정지자를 포함한 중증환자 3명, 1급 장애자 중 모범 수형자 1명, 생활고로 식품, 의류 등 생필품을 훔치다가 적발된 절취 금액이 100만원 미만인 생계형 절도 사범 11명, 70세 이상 고령자 중 수형 태도가 양호하고 재범 위험성이 낮은 모범 수형자 5명 등 특별배려 수형자 21명도 특별사면됐다.
피선거권 제한으로 이미 동종 선거에서 불이익을 받은 제18대 대통령선거, 제5회·6회 지방선거, 제19·20대 총선 선거 사범 315명이 복권됐다. 다만 제18대 대통령선거, 제6회 지방선거, 제20대 총선 선거 사범에 대해서는 피선거권 제한 기간 등을 고려해 벌금형을 선고받은 자에 한해서만 복권됐다.
이에 따른 주요 복권 대상자는 최명길 전 의원, 박찬우 전 의원, 최민희 전 의원, 이재균 전 의원, 우제창 전 의원, 최평호 전 고성군수 등이다.
아울러 제주해군기지 건설 관련 사건 2명, 사드 배치 관련 사건 4명, 밀양송전탑 공사 관련 사건 1명, 세월호 관련 사건 3명, 희망버스 관련 사건 3명, 공무원연금법 개정 관련 사건 15명, 최저임금법 개정 관련 사건 34명 등 사회적 갈등 사건 관련자 65명도 특별사면·복권됐다.
이영주 전 민노총 사무총장·송경동 시인 복권
지난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 등을 주도한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영주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에 대해 형선고실효와 복권, 2011년 희망버스 집회 등을 주도한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송경동 시인에 대해 복권이 결정됐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에 부합하고, 경합된 범행에 참작할 사정이 있는 집행유예 사범의 법률상 자격 제한 회복을 위해 낙태 사범 1명도 복권됐다.
특히 국민 대화합의 관점에서 장기간 징역형 집행 중인 박 전 대통령을 특별사면·복권하고, 형 집행을 완료한 한 전 총리를 복권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특별사면 브리핑에서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딛고 온 국민이 대화합을 이뤄 코로나19 확산과 그로 인한 범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향해 새로운 걸음을 내딛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사면 대상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은 31일 0시부로 형집행 정지 종료와 함께 석방된다.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었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허리디스크와 어깨 등 지병 악화로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다. 법무부는 금명간 박 전 대통령에게 사면증을 교부한 뒤 31일 0시부터 직원들을 철수시킬 계획이다.
박 전 대통령이 이날 바로 석방되는 모습을 보일지는 불투명하다. 현재로서는 건강이 좋지 않은 만큼 병원에 더 머물러 치료에 전념할 가능성이 크다. 박 전 대통령의 입원치료 예정 기간은 한달이었으나 최근 건강 악화로 6주간 입원치료를 더 받기로 했다.
건설업 면허 관련 정지 처분과 입찰 제한, 서민의 사회 활동에 필수적인 운전면허 취소·정지·벌점, 생계형 어업인의 어업 면허 취소·정지 등 행정 제재 대상자 총 98만3051명에 대한 특별감면 조처도 함께 시행된다.
감염병 관련 중대 범죄자 엄격 심사
다만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사회질서를 어지럽힌 역학조사 방해, 보건용품 유통 질서 저해 사범 등 감염병 관련 중대 범죄를 엄격히 심사해 사면 대상에서 제외했다. 서민의 주거권을 침해하고 사회 분열과 국민적 공분을 초래한 내부 정보 이용 투기 사범, 기획부동산 사기 사범 등 주요 부동산 투기 관련 범죄도 엄격히 심사해 사면 대상에서 제외했다.
박범계 장관은 "정부는 이번 2021년 신년 특별사면을 통해 새해를 맞는 우리 국민이 더 화합해 코로나19로 야기된 서민 경제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복권 등이 담긴 2022년 특별사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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