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누리호 2차 발사, “내년 하반기에 가능할 것”
1차 발사 실패 원인 규명…헬륨탱크, 고정장치 이탈해 균열 발생
2차 발사 연기 불가피…“일정 추후 확정”
2021-12-29 12:00:00 2021-12-29 18:00:59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지난 10월 발사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첫 비행을 성공하지 못한 것은 3단 발사체 내부 헬륨탱크의 부력을 제대로 계산하지 못한 탓으로 밝혀졌다. 헬륨탱크의 고정장치가 부력을 이기지 못해 이탈을 했고 산화제 탱크 내부에 균열을 일으켜 정상 비행이 불가능했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누리호 발사조사위원회'를 통해 누리호 1차 발사 시 위성모사체가 궤도에 투입되지 못한 원인을 규명해 29일 그 결과를 발표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10월 말 항우연 연구진 6인, 외부전문가 6인으로 구성된 '누리호 발사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총 5회의 회의를 개최했다. 이와 별개로 항우연 실무연구진들도 비정상 비행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7회에 걸친 기술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위는 비행 중 획득한 2600여개의 텔레메트리 데이터를 기반으로 누리호 비행 과정 중 발생한 이상 현상을 찾아내고, 그러한 현상을 유발한 원인을 밝혀내는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특히 조사 초기 단계 3단 산화제 탱크 압력이 저하돼 엔진이 조기종료되었음을  확인한 바, 구체적인 원인 규명의 초점을 이에 맞췄다. 
 
조사 결과, 누리호 발사 실패의 최종 원인은 3단 산화제 탱크 내부에 장착돼 있는 헬륨탱크 고정장치 설계 시 비행 중 부력 증가에 대한 고려가 미흡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고압 헬륨탱크 및 배관 배치도. 사진/과기정통부
 
조사위원장을 맡은 최환석 항우연 부원장은 이날 열린 브리핑에서 "실제 비행 시 헬륨탱크에 가해지는 부력이 상승할 때 고정장치가 풀려 헬륨탱크가 하부 고정부에서 이탈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헬륨탱크 고정장치 설계 시 중력(1G)에 따른 부력만 고려하고, 정작 비행 중 발생하는 최대 가속도(4.3G)의 부력은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헬륨탱크 하나에 약 482㎏의 부력이 작용했는데, 이는 80㎏ 성인 6명이 매달려 당기는 힘과 동일하다"며 "헬륨탱크 지지 구조물이 견딜 수 있는 최대 하중은 405㎏였다"고 부연했다. 
 
이 때문에 고정장치에서 이탈한 헬륨탱크가 산화제 탱크 내부 구조물과 충돌했고, 산화제 탱크에 균열이 발생해 산화제가 누출됐다. 이로 인해 3단 엔진으로 유입되는 산화제의 양이 감소하면서 3단 엔진이 조기에 종료돼 목표 궤도에 이르지 못했다. 
 
과기정통부와 항우연은 이번 조사를 통해 밝혀진 원인을 기반으로 누리호의 기술적 보완을 위한 세부 조치방안을 마련해 향후 추진일정을 확정할 계획이다. 다만 설계 변경이 필요한 만큼 당초 예정한 5월 발사는 연기가 불가피 할 전망이다. 권현준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정책관은 "내년 하반기 중에는 가능할 것으로 내부적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기술적 보완은 헬륨탱크 고정부와 산화제 탱크의 구조를 강화하는 것을 중심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 본부장은 "3단 산화제 탱크 개발을 담당한 두원중공업과 설계 변경 등 보완 사항을 함께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설계 변경 과정에서 산화제 탱크의 무게 증가 등이 필연적으로 나타나겠지만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지상에서 가능한 재연 실험 등을 포함한 검토 과정을 마치면 발사 일정을 확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항우연 측은 누리호 1차 발사는 실패로 끝이 났지만 우주 강국으로 가기 위한 경험을 쌓았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줄 것을 부탁했다. 최 부원장은 "1차 발사는 국내 최초로 개발한 시스템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한 시험 발사였다"며 "국민들은 최초의 성공을 기대했겠지만 실패 자체도 개발 과정의 일부"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누리호는 국내에서 최초로 독자개발한 우주발사체로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한 발사체였기에 비행상황에 대한 원인규명이 명확하게 이뤄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가 국내 발사체 개발의 핵심 연구데이터들을 축적해나가는 중요한 연구과정이었다는 설명이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