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장기화된 코로나19에 서울 시내 특급 호텔들이 자금난을 버티지 못하고 매각 수순을 밟고 있다. 코로나 전 호텔 고객의 80%를 차지했던 외국인 수요가 사라지자 경영 악화를 극복하지 못하고 문을 닫게 됐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논현동의 글래드 라이브 강남 호텔은 오는 31일 영업을 종료한다. 글래드 라이브 강남은 DL그룹의 호텔 계열사 글래드호텔앤리조트에서 2016년 선보인 4성급 호텔이다.
코로나 여파로 객실 가동률이 떨어지며 실적이 악화되자 DL은 글래드 라이브 강남 호텔과 유휴부지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글래드호텔앤리조트의 매출은 2019년 1001억원에서 지난해 608억원으로 약 40% 급감했고, 영업이익은 2019년 87억원에서 작년엔 적자로 돌아섰다.
글래드 라이브 강남은 지하 3층~지상 20층, 210객실 규모로, 피트니스 클럽, 루프탑, 라운지 바 등의 부대시설을 갖춰 인기를 끌었지만 장기화된 코로나를 피하지 못하고 이달 말 문을 닫는다.
글래드 라이브 강남 호텔이 오는 31일 영업을 종료한다. 사진/글래드 라이브 강남 홈페이지
코로나 장기화로 비즈니스 고객과 외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서울 시내 특급 호텔들은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올해 초 강남의 첫 특급 호텔인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과 르메르디앙(리츠칼튼)이 각각 부동산 개발사 더랜드와 현대건설에 매각돼 영업을 종료했다. 호텔 부지에는 고급 주택과 주상 복합이 들어설 것으로 알려졌다.
40년 역사의 밀레니엄 힐튼 서울도 매각이 결정됐다. 부동산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이 밀레니엄 힐튼을 인수해 오피스, 호텔이 포함된 복합 시설로 개발할 계획이다. 서울 서남권의 첫 특급 호텔 신도림의 쉐라톤 디큐브시티호텔도 지난 10월 말 개관 10년 만에 영업을 종료했다. 쉐라톤 디큐브시티는 오피스 시설로 재개발 될 예정이다.
국내 호텔업계가 코로나 타격에 맞서기 위해 내국인 고객 대상의 마케팅을 펼치고 있지만, 80%에 달했던 기존 외국인 고객 감소를 감당하진 못했다. 3,4성급 호텔들은 물론 5성급 특급 호텔도 휴업·폐업이 불가피해졌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작년 서울 관광호텔 수는 331개로 2019년 대비 2개 줄었는데, 2008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첫 감소였다.
호텔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서울 시내 호텔들의 객실, 식당 예약률이 높아져 업황이 개선된 것으로 비춰졌지만 실제 호텔들이 경영난에서 벗어나려면 외국인 고객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돼야 한다"고 말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