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한미 압박 등 다목적 포석
이중잣대·대북적대시 정책 철회 요구…미 호응 없는 상황서 존재감 부각
국방력 강화·내부 결속 의도도… 낮은 수준 도발, 대화 재개 염두에 둔 듯
2022-01-06 15:34:33 2022-01-06 15:34:33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북한이 지난 5일 자강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는 극초음속 미사일로 공식 확인됐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북한의 국방력 강화 기조 반영과 이중잣대·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등 한미 변화를 압박하려는 다목적 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조선중앙통신은 6일 "국방과학원은 1월5일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하였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지난해 9월28일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 시험 발사를 처음으로 진행한 바 있다. 통신은 "미사일은 발사 후 분리되어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의 비행구간에서 초기발사방위각으로부터 목표방위각에로 120㎞를 측면기동하여 700㎞에 설정된 표적을 오차 없이 명중하였다"고 설명했다. 이날 시험발사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사진은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는 우선 북한의 국방력 강화 기조에 따른 행보로 보인다. 통신은 이번 미사일 발사가 "당 제8차대회가 제시한 국가전략무력의 현대화과업을 다그치고 5개년계획의 전략무기부문 최우선 5대과업 중 가장 중요한 핵심과업을 완수한다는 전략적 의의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지난해 1월 당 대회에서 국방력 강화를 위한 5개년 계획을 발표한 이후 장거리 순항미사일, 열차에서 발사하는 탄도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신형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이어왔다. 김 위원장도 지난 1일 공개된 전원회의에서 국방력 강화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미사일 발사로 내부 결속을 도모하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국경 봉쇄 등으로 외부 물자를 들여오지 못해 경제난이 악화하고 있다. 최근 전원회의에서 농촌 진흥 전략을 제시하며 농업 성과 강화를 목표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미사일 발사를 통해 외부의 적을 상기시켜 경제난에 따른 북한 주민들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대외적 측면에서는 북한이 한미를 압박하며 한반도 정세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무력시위를 감행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반복적인 미사일 발사로 북한이 지난해 9월 대화 조건으로 요구한 '이중잣대'와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가 여전히 유효하며, 이를 관철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한편으로는 대남·대미 이중잣대와 적대시 정책 폐기에 대한 일종의 탐색, 더 나아가서 낮은 수준의 압박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진단했다.
 
북한의 요구에 대한 미국의 호응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미사일 발사를 선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지난달 2021년 외교를 결산하면서 북한을 아예 언급조차 안 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경제난 극복을 위해 대북제재 완화가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 조 바이든 행정부를 자극하려면 미사일만큼 효과적 수단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의도에 대해 "북한이 '우리는 항상 이런 일을 벌일 수 있어, 잊지 말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단거리 미사일인 점, 또 미사일 발사 장소에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참석하지 않았고, 대남·대미 관련 메시지를 따로 내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북한이 어느 정도 수위를 조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북, 북미 간 대화 재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낮은 수준의 압박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 조선중앙TV는 2021년 12월 27일~31일까지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가 진행 됐다고 1일 보도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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