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인구 절벽’ 우려가 빠른 현실로 다가오고 있지만 피상적인 지원 정책에만 매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출산 극복에 치중한 패키지 형식의 정책만 나열하기 보단 인구 감소를 심도 있게 진단할 여건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실업, 주택, 교육 등 인구절벽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사회적 요인들을 분석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토양 마련을 모색해야 한다는 조언에서다.
9일 통계청의 '2020∼2070년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지난 2020년 5184만명이던 우리나라의 총 인구는 오는 2030년까지 10년간 해마다 6만명씩 줄어든다.
'2021~2025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마련한 정부는 지난 2019년부터 '범정부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는커녕 암울한 진단만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달에는 △부부 육아휴직 활성화 △영아 수당 신설 △첫 만남 꾸러미 △공·보육 강화 △다자녀 지원 강화 등으로 구성된 '저출산 대응 5대 패키지' 마련 등 예산 지원 기반의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 영향으로 향후 3~4년 간 출산율·출생아 수 하락이 예상되나 이후 반등해 2019년 추계 수준까지 회복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심화된 저출산 기조를 조기 반등시킬 수 있도록 저출산 대응 5대 패키지 등을 차질 없이 집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인구절벽 문제를 너무 피상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구 감소 문제와 관련해 코로나 팬데믹 여파에 따른 일시적 혼인·출산 급감, 외국인의 국내 유입 감소 등 표면적 결과만 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실제 원인이 단편적이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부가 인구 감소 세태에 대해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자세부터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15~49세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기준으로 0.837명에 불과하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들(평균 1.63명) 중 가장 낮다. 애초 통계상 인구가 순감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남녀 성비는 약 105대 100 정도가 보편적인데, 단적으로 1990년을 살펴보면 약 118대 100 정도의 비율을 보인다"며 "그 전에도 남초 현상은 있었지만 이 시점에 더욱 두드러져 여아들이 많이 태어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들 계층이 30대에 도달한 것이 현재의 모습"이라고 언급했다.
우 교수는 "결국 현재 가임기의 여성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인구가 구조적으로 늘기 어렵다"며 "인구절벽이니 이를 막아야겠다는 사고에서 벗어나 인구 증가의 동력이 없는 점을 인정한 상태에서 정책 수립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근본적으로 출산할 수 있는 사회적 토양 마련도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출산을 넘어 비혼, 청년 실업, 물가 상승, 부동산 시장 폭등, 비싼 사교육 등 출산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다양한 요인에 대한 연역적·복합적 분석이 반드시 필요하다.
예컨대 취업에 난항을 겪는 20~30대가 집을 구하지 못해 결혼을 주저하는 연결고리가 대표적이다. 결혼을 해도 직장을 가진 여성이 아이를 낳을 경우 경력 단절을 각오해야한다. 비싼 사교육비로 인해 자녀 계획을 갖지 않는 사례도 상당수다.
워킹 맘인 정모(35·여) 씨는 "집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해 남편과 함께 돈을 벌어야 하는 입장인데, 아이가 클수록 육아와 직장 생활의 양립이 쉽지 않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며 "정부 정책도 괴리가 있다. 수당을 받기 위해 결혼하거나 아이를 낳으려는 사례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최근 '인구변화의 구조적 위험과 대응 전략' 토론을 통해 "미시적 복지 정책 위주의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출산율 하락의 반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사회 각 부문에 존재하는 불합리하고 부적절한 제도를 고치고 낡은 관념에서 탈피함으로써 새로운 사회를 모색해야 출산율 반등이 가능하다"고 제언한 바 있다.
인구절벽이 우려를 넘어 빠른 속도로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에도 정부가 정확한 원인을 진단하지 못한 채, 피상적인 지원 정책에만 매몰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유아용품을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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