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은행들이 대출 승인이 어려운 고객들을 계열사의 제2금융 등으로 이어주는 연계대출을 확대한다.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시행되면서 핀테크에 금융상품 판매 역할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 관련 대응력을 강화한 것으로 판단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올 하반기 'KB 금리비교 플랫폼' 도입을 목표로 최근 외부사업자 모집에 들어갔다. 해당 사업에는 약 26억7000만원의 사업비를 투입할 예정이다. 국민은행, KB국민카드, KB저축은행, KB캐피탈 등
KB금융(105560)의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의 대출상품을 한번에 놓고 비교할 수 있는 플랫폼이 목표다.
플랫폼이 구축되면 국민은행에서 대출이 반려된 차주는 즉각 KB금융의 2금융 계열사의 상품을 안내받을 수 있게 된다. 상품 안내에 더해 고객이 추가로 심사를 받지 않더라도 대출을 바로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도 고려 중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금리비교 플랫폼을 통해 고객에게 최적의 금융기관 대출상품을 안내해 토탈 금융플랫폼으로써 새로운 고객경험 제공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이달 5일부터 우리WON뱅킹에서 '원스톱 연계대출 서비스' 선보이고 있다. 우리은행에서 개인신용대출 심사 결과, 미승인을 받은 고객에게 △우리카드 △우리금융캐피탈 △우리금융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SBI저축은행 △한국투자저축은행 등 6곳의 대출상품을 소개해준다. '제휴사 대출 알아보기' 메뉴에서는 본인에게 적합한 대출 금리와 한도를 한 눈에 제공한다.
은행들이 2금융 계열사 등 연계대출을 강화하는 것은 마이데이터 사업에 따라 제조-판매 구조가 깨지는 '제판분리'를 의식해서다. 자칫 은행은 상품만 기획, 제공하는 판매사로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미 2019년 오픈뱅킹 실행으로 다른 은행에 예치한 내 돈을 하나의 금융사 앱에서 자유롭게 옮길 수 있게 됐다. 앞으로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본격화하면 대출을 비롯해 펀드, 방카슈랑스 등 은행이 제공한 다른 상품들도 타사 앱에서 가입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우리금융지주(316140)는 작년 상반기 실적발표에서 "인터넷 전문은행, 빅테크, 핀테크의 금융시장 진출이 가속화되며 금융분야에 있어서도 제조와 판매의 분리가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규제에 따른 영향도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금리리스크를 관리하는 기준인 바젤 원칙에 따라 금융그룹 전체적으로 동일차주에 대해 동일등급의 신용등급을 부여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같은 차주에 대해서는 그룹 내 계열사들이 같은 기준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우리금융은 작년 말부터 우리은행의 신용평가모형을 캐피탈, 저축은행에 확대 적용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대출 승인이 어려운 고객들을 계열사 제2금융 등으로 이어주는 연계대출을 확대해 핀테크 대응에 나선 가운데, 사진 오른쪽부터 국민은행, 우리은행 본점 전경. 사진/각 은행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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