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중국이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위해 추진 중인 '재분배정책'이 추후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세수 확대 난항, 불확실한 기업 여건, 집단 간 격차 해소의 어려움 등을 감안할 때 향후 중국 정부의 재분배정책이 원활하게 추진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23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해외경제 포커스-중국의 소득 불평등 현황과 재분배정책 추진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해 '공동부유'를 중장기 정책목표로 제시하고 재분배정책을 강화해 나갈 방침을 천명했다.
중국 경제는 개혁·개방 이후 고속성장 과정에서 소득 불평등이 크게 확대됐다. 소득 지니계수는 개혁·개방 초기에는 주요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이후 경제 성장 과정에서 소득 격차가 확대되면서 2000년 이후로는 다른 국가를 크게 상회했다.
도시지역 소득 5분위 배율도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급격히 상승했으며 이후 등락하다 최근에 다시 상승세를 보였다. 소득 5분위 배율이란 가계의 1인당 가처분소득 기준 상위 20%의 소득 평균을 하위 20%의 평균으로 나눈 값이다.
상대적 빈곤율의 경우 성장 과정에서 절대적 빈곤은 감소했으나 소득 분배구조 악화로 상대적 빈곤은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절대적 빈곤율은 2002년 32.7%에서 2016년에는 0.5%까지 빠르게 하락했지만, 상대적 빈곤율은 20% 수준이 유지됐다.
도시·농촌간, 지역간 소득격차도 크게 확대됐다. 개혁·개방 과정에서 동부 해안 도시 지역에 경제 발전의 성과가 집중됨에 따라 도시·농촌간, 지역간 소득격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이다. 도시 가구의 1인당 가처분소득이 농촌의 2.6배에 달하며,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대도시가 위치한 동부 지역 가구 소득 수준이 여타 지역에 비해 크게 높다.
후커우 제도로 인해 2억9000만명으로 추정되는 농민공이 교육 및 사회복지 혜택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면서 소득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후커우 제도는 중국이 농촌 인구의 급격한 도시 유입을 막기 위해 거주지 이전을 제한하는 제도다.
이처럼 중국 내 소득 불평등 문제가 심화되고 있으나 재정의 소득 재분배 기능은 매우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의 경우 가처분소득 지니계수(42.1)와 세전소득 기준 지니계수(42.3)와의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재분배정책은 중국 경제 내 심각한 소득 불평등은 체제 정당성과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급박한 문제다.
재분배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가계의 소비 여력을 높여 중국 정부에서 추진 중인 '내수 중심의 질적성장'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재분배정책의 원활한 추진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성장세 둔화 우려, 중장기 성장 목표 등을 감안할 때 중국 정부가 성장보다 재분배를 중시하는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재정지출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세수 확대가 용이하지 않아 재분배정책 추진 여력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의 재분배정책은 중국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며 "도시·농촌 후커우 등 집단간 불평등 문제는 공산당이 내부 결속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누적돼 온 구조적·제도적 문제로 재분배정책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23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해외경제 포커스-중국의 소득 불평등 현황과 재분배정책 추진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해 '공동부유'를 중장기 정책목표로 제시하고 재분배정책을 강화해 나갈 방침을 천명했다. 사진은 중국 어선들에 중국 국기들이 달려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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