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광산 공급권 확보, 생산업체 지분 투자 등 다양한 전략을 통해 원자재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는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등에 쓰이는 핵심 5대 소재 공급난이 현실화되고 있어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호주 광산업체 '라이온타운'과 리튬 정광 70만톤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리튬 정광은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의 원재료다. 해당 규모의 리튬 정광으로 1회 충전시 500㎞ 주행 가능한 고성능 전기차 약 250만대를 만들 수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LFP 보다 NCM, NCA, NCMA 등 삼원계 배터리 생산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삼원계배터리에는 수산화리튬이 필수 요소다.
LG에너지솔루션 충북 청주 오창공장에서 직원들이 롱-셀(Long Cell) 배터리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그래픽/뉴스토마토 구선정 디자이너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에도 중국의 '그레이트파워 니켈 앤 코발트 머티리얼즈' 지분을 인수했고 2023년부터 6년 간 니켈 6만톤 분량의 니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또 호주의 '오스트레일리안 마인즈'와 2024년부터 6년 간 니켈 7만1000톤, 코발트 7000톤을 공급받기로 했다. 호주 'QPM'과도 지분 인수 및 장기구매계약을 통해 2023년부터 10년 간 매년 니켈 7000톤과 코발트 700톤을 공급받는다.
삼성SDI도 리튬 생산업체에 투자중이다. 최근에는 중국 최대 리튬 생산업체인 간펑리튬 지분 1.8%를 확보했으며 이밖에도 QPM의 테크프로젝트를 통해 3~5년 간 니켈을 매년 6000톤씩 공급받기로 했다. SK온도 지난 2019년 스위스의 '글렌코어'와 2020년부터 5년 간 약 3만톤에 달하는 코발트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배터리 3사의 이같은 전략은 4차 산업혁명 필수 소재로 꼽히는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텅스텐 등 5대 광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데서 나온 선제적 행보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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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광해공업공단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자재인 니켈 가격은 지난 21일 톤당 2만4000달러로 201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탄산리튬 가격 역시 ㎏당 342.5위안(6만4500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또 경신했다. 이는 지난해 1월 50위안에서 1년 만에 6배 넘게 급등한 수치다. 탄산리튬은 LFP 배터리에 주로 쓰이는 리튬화합물이다.
코발트의 경우 이날 기준 톤당 7만1645달러로 전년 평균 가격 대비 40% 상승했다. 텅스텐 가격도 kg당 42.74달러로 고공행진중이며 망간 역시 지난해 9월부터 톤당 1600달러선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회복으로 원자재 수요가 점차 확대되는 상황도 공급난 심화론에 힘을 보탠다. 반도체 핵심 재료인 황린, 규소 등도 중국의 환경규제로 인한 전력난 영향으로 공급망 불안을 부추기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소재 공급난과 주요 생산국의 수출 및 환경규제까지 더해져 국내 기업들의 생산차질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생산이 어려운 원자재의 경우에는 대체물질 개발, 수입선 다변화 등을 통해 체계적인 대응에 나서야한다"며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나가면서 해외 생산기지를 확보하는 게 시급한 시점이고 가능하지 않다면 '경제외교'를 통해 원활하게 조달받을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원자재 가격 상승이 제품 가격 상승 압박으로 작용하는 만큼 각각 업체들은 내부적으로 수익률에 대한 영향도 고심 중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수입물가 상승압력을 최대한 완화하기 위해 자재 공급망 안정적 확보, 수입관세 인하, 국제물류 지원 등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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