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은 그 단어가 가진 여러 의미 가운데 '군대 편성의 한 단위'로 주로 쓰이고, 특정 인물을 내세운 한 집단을 표현할 때도 종종 사용된다. 상업영화나 대중음악 분야에서는 등장만으로도 흥행을 보장할 수 있는 것처럼 홍보용 문구에 많이 포함된다.
다만 이 단어가 법조계로 넘어오면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국정 농단 의혹으로 헌정사 최초로 탄핵당한 대통령 재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역임했던 전직 검찰이 사단을 이끄는 특정 인물로 내세워지기도 했다. 이 인물은 정치권에서 부정적인 사안으로 회자되기 시작했고, 단 한 장의 사진으로 사회적으로도 환영받지 못했다.
현 정부의 전직 검찰총장도 그 예로 포함할 수 있다. 그는 앞서 거론된 탄핵당한 전직 대통령을 구속하는 등 특별검사팀 수사팀장으로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서울중앙지검장을 역임한 후 당시 파격적 인사란 언론의 표현 속에서 검찰총장 자리까지 올랐다. 이 인사로 앞서 거론한 사단 속 인물로 지목됐던 다수의 고위 검찰이 물러나기도 했다.
그 전직 총장의 측근으로 불리거나 실제 다수 사건에 대한 수사를 함께했던 고위 검찰도 사단에 포함되면서 대검찰청의 주요 자리를 맡았다. 당시만 해도 환영에 가까웠던 분위기는 전직 총장이 법무부 장관과 대립하면서 그들에게도 부정적인 시선이 드리워지고야 말았다. 그러한 가운데 단행된 검찰 인사에서 보수 언론은 사단의 '궤멸'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전직 총장이 제1야당에 입당해 유력한 대선 후보가 된 지금도 그 사단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 같다. 그 후보의 부인이 얽힌 여러 사건을 보고 있자면 그러한 생각이 든다. 없는 죄를 만들라는 것이 아니고, 제기된 의혹도 오랜 기간 제대로 판단하지 않고 있다.
이전 정부든, 현 정부든 사단으로 거론됐던 인물들에 대해서는 정치적으로 휘둘렸던 면도 있으므로 굳이 그 진위를 감별하거나 각각의 성과조차도 부인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아직도 영향력이 작용하도록 하는 인물이 있다면 언론에서 실명이 지목되거나 한직으로 발령받지 않았을 뿐이지 사단의 일원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사당'이란 단어 역시 여러 의미를 품고 있지만, '조상의 신주를 모셔 놓은 집'으로 주로 쓰인다. 누구에게는 토속 문화로, 또 다른 누구에게는 무속 신앙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개인적으로 종교를 가지고 있지만, 평소에도 그 문화 또는 신앙을 무시하거나 깎아내릴 마음은 전혀 없다.
그렇지만 그 문화나 신앙이 국가기관의 중요한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면 생각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지난 2020년 2월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할 당시 그 원인으로 지목된 종교시설에 대한 압수수색을 무속인의 조언으로 중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의혹과 관련한 고발 사건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그렇다고 해서 뭔가 대대적인 수사가 이뤄지지 않으리란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사단의 흔적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의혹의 진실이 어떠한지는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누군가의 사단이란 흔적을 벗어나기는커녕 사당에서 벌어질 법한 일이 법조계에서 발생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정해훈 법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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