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불법으로 요양병원을 운영하면서 23억원 규모의 요양급여를 부정수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장모 최모씨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요양병원을 불법으로 개설·운영한 자는 최씨가 아닌 동업자 주모씨라는 판단이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윤강열)는 25일 오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최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최씨가 실질적으로 요양병원 개설 과정에 공모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최씨가 병원 근무경력이 없는 사위 유모씨를 병원 행정원장으로 앉혀 채용, 직원 급여 등 병원 운영에 개입한 혐의에 대해서도 “행정 업무를 주도적으로 한 것은 채용 등에 관한 최종 의사결정을 한 주씨와 그의 부인 한모씨”라며 “최씨가 사위를 통해 병원 운영에 개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 “유씨의 근무 기간은 개원 초기 3개월에 불과하다”며 “최씨가 병원 장비 구입 여부, 업체 선정 등에 중요한 의사결정을 한 증거가 없다”고 했다.
이어 “최씨는 (동업자) 주씨와 병원 운영에 관한 동업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고, 주씨가 공범 손모씨와 병원을 인수한 뒤 수익을 5대 5로 분배하기로 한 사정조차 알지 못했다”면서 “따라서 피해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을 기망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고 판시했다.
최씨는 의료기관 개설 자격이 없는데도 동업자 주씨, 구모씨와 요양병원을 개설해 2013∼2015년 요양병원을 운영하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약 22억9300만원 상당의 요양급여를 부정수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7월 “건강보험공단 재정을 악화시키고 국민에게 피해를 준 점 등 책임이 무겁다”며 최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최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하고, 보석을 신청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최씨는 지난해 9월부터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최씨 측은 재판이 끝난 뒤 이 사건의 고발부터 검찰의 수사 과정이 정치적으로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최씨 측 변호인은 “이 사건의 발단은 정치적”이라면서 “이 사건은 병원에 관여돼있거나 금전적으로 피해를 본 사람이 아닌 정치인들이 고발한 사건으로, 오로지 윤 후보를 흔들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과 달리 항소심) 우리 법원의 재판 제도가 유효하게 돌아가고 있는 이상 일부 정치세력 등으로 인한 여러 가지 일이 있어도 강건하게 존속할 것이라는 믿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됐다”며 “법률가의 한사람으로서 (항소심 재판부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검찰은 즉각 상고 의사를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항소심 선고 직후 "변호인측은 '검사들이 의도적인 사건왜곡과 증거를 은폐했다'고 주장하나, 이는 명백히 사실과 다르고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항소심 판결은 이미 의료재단의 형해화에 관한 기존의 대법원 판결과도 배치되고, 중요한 사실관계를 간과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는 판단이 내려질 수 있도록 상고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불법 요양병원을 운영하며 수십억원대 요양급여를 부정수급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장모 최모씨가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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