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대법원이 병원의 의료과실로 숨진 만 61세 주부의 ‘장래 소득’을 0원으로 계산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육체노동의 가동연한(한 사람이 일을 해서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최후 연령)을 만 60세에서 만 65세로 조정한 대법 전원합의체 판결을 근거로 장래소득을 다시 계산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사망자 A씨의 유족이 한 비뇨기과 병원장과 대학병원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정년을 60세로 보고 일실수입(피해자가 잃은 장래의 소득)을 계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가동연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일실수입을 산정하면서 망인이 만 60세까지 도시일용노임 상당의 가사노동에 종사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며 “우리나라 사회적·경제적 구조와 생활여건이 급속하게 향상·발전하고 법제도가 정비·개선됨에 따라 이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만 60세를 넘어 만 65세까지도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합당하다”고 판시했다.
A씨는 오른쪽 요관결석으로 2013년 6∼7월 서울 강남의 한 비뇨기과에서 체외충격파 쇄석술을 받았다. 그런데 네 번째 시술을 받은 후 A씨는 발열과 구토 등 증상을 겪고 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중환자실에서 패혈증 등 치료를 받은 뒤 상태가 어느정도 호전되자 A씨는 인공기도를 빼고 일반 병실로 옮겼지만 상황은 다시 나빠졌다.
A씨가 빈호흡(과다호흡) 증세를 보이자 담당 의사는 인공기도를 다시 삽관해야 한다고 했으나 가족들은 주치의의 설명을 듣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로부터 7시간 뒤 보다 못한 다른 의사가 인공기도 삽관을 결정하고 준비하던 중 A씨의 심장이 멎었다.
1심 재판부는 설명의무를 다 하지 않은 병원 측 과실을 인정했다. 체외충격파 시술 후 요로감염이나 패혈증의 발생 가능성과 대처 방법을 설명하지 않은 점 등은 병원의 과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비뇨기과 원장이 쇄석술을 시행하며 예방 조치와 경과 관찰을 게을리 해 A씨가 사망했다는 유족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나중에 입원한 대학병원에 대해서는 당시 기도 삽관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응급 상황의 경우 의사가 보호자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음에도 응급처치를 지연했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관건은 손해배상액 산정이었다. 유족 측은 “의료사고가 없었다면 여성인 A씨가 최소 70세까지 약 8년 6개월 동안 가사노동에 종사할 수 있었다”며 8년 6개월치 일실수입 약 1억100만원을 청구했다.
1·2심 재판부는 일실수입 산정의 기초가 되는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봤다.
우선 1심 재판부는 “망인에게 직업이나 소득이 있었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고 원고의 주장만으로는 망인에게 만 60세를 넘어서도 가동할 수 있음을 인정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배상액은 치료비와 장례비에 피고들의 책임 비율 40%를 산정한 뒤 위자료 등을 더해 A씨 배우자 2400여만원, 자녀 4명 각 600여만원으로 결정됐다.
2심 재판부는 손해배상 책임을 감경해 배우자에 1300여만원, 자녀들에게 5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2019년 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만 60세가 아닌 만 65세까지 볼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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