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LG생활건강(051900)과
아모레퍼시픽(090430)이 중국 화장품 시장의 부진에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국내 화장품 빅2인 두 회사는 중국 시장 의존도가 큰데, 면세 채널 성과 부진과 함께 중국 내 이커머스 경쟁 심화로 마케팅 비용이 높아져 화장품 사업 실적이 하락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작년 4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한 2조231억원이다. 영업이익은 5.9% 줄어든 241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실적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4분기 성적표는 감소세를 보였다. LG생활건강의 작년 매출액은 8조915억원, 영업이익은 1조289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1%, 5.6% 증가했다.
4분기 실적은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 증권업계가 추정한 LG생활건강의 4분기 매출액은 2조781억원, 영업이익은 2434억원이었다.
이는 면세 채널의 부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작년 12월 중국 보따리상(따이공)이 높은 할인 판매를 요구했으나 브랜드력 훼손을 감안해 이에 대응하지 않은 것이 면세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LG생활건강의 4분기 면세 매출을 4000억원으로 전망, 코로나 이후 처음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회사측은 광군제에서 역대 최대 매출액을 기록했고, 생활용품(HDB)과 음료(Refreshment)부문의 성장세도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뷰티는 중국 광군제에서 높은 성과를 기록하며 중국 럭셔리 시장에서 브랜드의 글로벌 입지를 재입증했고, HDB는 피지오겔 등 프리미엄 브랜드의 호조 지속으로 매출과 이익 성장을 견인했고, 리프레쉬먼트는 원재료 가격 인상에 따른 원가 부담이 있었으나 주요 브랜드들이 호실적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 후의 비첩 자생에센스. 사진/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도 중국 시장 타격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4분기 예상 매출액은 1조21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2% 증가한 수준이다. 영업이익 추정치는 447억원으로, 전년 대비 흑자전환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영업이익 흑자전환은 2020년 4분기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발생한 850억원의 기저효과로 풀이된다. 일회성 비용을 제거하면 이익은 사실상 줄어든 셈이다.
국내 매출의 경우 이커머스와 면세점 채널의 성장세로 매출 증가가 예상되나 문제는 해외 실적이다.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의 부진이 전체 해외 실적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니스프리의 구조조정이 여전히 중국법인 실적에 타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법인 매출의 45%를 차지하는 설화수가 30%에 가까운 성장세를 기록해도 이니스프리의 매출이 50~60% 감소해 수익성이 악화됐을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중국 내 경쟁 심화로 인해 라이브커머스 채널을 확대하는 등 마케팅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매출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감소가 럭셔리 브랜드의 증가보다 크고, 역기저 부담으로 시장 효과를 누리기도 어렵다"며 "경쟁 심화를 판가 인하와 판촉 증가로 대응하고 있어 수익성 개선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 설화수의 자음생크림. 사진/아모레퍼시픽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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