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재외투표 기간 내 투표하지 못한 국민에 대해 국내 투표까지 막은 공직선거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7일 공직선거법 218조의16 3항 중 '재외투표 기간 개시일 전에 귀국한 재외선거인 등'에 관한 부분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앞서 A씨는 지난해 202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인턴십을 받던 중 재외투표 기간(4월1일~4월6일)에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 투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그해 3월30일 미국 주재 재외공관에 설치된 재외선관위의 재외선거 사무를 중지하도록 했다.
A씨는 일정을 앞당겨 그해 4월8일 귀국했고, 선거일인 4월15일 주소지 부근의 투표소에서 투표하려고 했지만, 공직선거법 218조의16 3항에 따라 재외투표 기간 개시일인 4월1일 전에 귀국해 신고한 경우가 아니라면 국내에서 투표할 수 없다는 이유로 투표하지 못했다. 이에 A씨는 선거권,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면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공직선거법 218조의16 3항은 '재외투표 기간 개시일 전에 귀국한 재외선거인 등은 재외투표 기간 개시일 전에 귀국한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첨부해 주소지 또는 최종 주소지를 관할하는 구·시·군선관위에 신고한 후 선거일에 해당 선관위가 지정하는 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심판 대상 조항이 재외투표 기간 개시일에 임박해 또는 재외투표 기간에 재외선거 사무 중지 결정이 있었고, 그에 대한 재개 결정이 없었던 예외적인 상황에서 재외투표 기간 개시일 이후에 귀국한 재외선거인 등이 국내에서 선거일에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를 마련하지 않은 것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청구인의 선거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재외투표 기간은 선거일 전 14일부터 선거일 전 9일까지의 기간 중 6일 이내의 기간이므로 재외투표 기간이 종료된 후 선거일이 도래하기 전까지 적어도 8일의 기간이 있으므로 이 기간 내에 재외투표관리관이 재외선거인 등 중 실제로 재외투표를 한 사람들의 명단을 중앙선관위에 보내는 등으로 선거일 전까지 투표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을 상정할 수 있고,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도 이와 같은 방법이 충분히 실현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해당 조항에 대해 단순위헌 결정을 해 당장 그 효력을 상실시키면 재외선거인 등이 재외투표 기간 개시일 전에 귀국해 투표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어지므로 헌법불합치 결정한 후 개선 입법이 있을 때까지 잠정 적용하도록 하고, 국회에는 내년 12월31일까지 개선 입법을 하도록 했다.
헌재 관계자는 "중복투표를 방지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있는데도 재외투표 기간 개시일에 임박해 또는 재외투표 기간에 재외선거 사무 중지 결정이 있었고, 그에 대한 재개 결정이 없었던 예외적인 상황에서도 재외투표 기간 개시일 이후에 귀국한 재외선거인 등이 국내에서 선거일에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를 마련하지 않은 심판 대상 조항의 위헌성을 지적했다"고 말했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지난해 10월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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