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사전 검열'이라며 법 개정을 주장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인식을 재차 비판했다. 특히 일부 남성들의 불만에 기대 n번방 방지법을 반대하는 것은 남녀 갈라치기 일환이라며, 법 시행을 환영하는 여성표심을 자극했다.
이 후보는 성범죄가 여성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남성도 해당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윤 후보가 이 사안을 남녀 대결 구도로 몰고 가는 데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이 후보는 해당 사안을 보편적 인권 침해로 바라봤다. 최악의 디지털 성범죄인 n번방 사건이 피해자의 극단적 선택을 야기하는 등 범죄의 심각성이 크다며, n번방 방지법에서 파생되는 문제는 보완하면 된다고 했다. 문제가 발생한다고 법 자체를 없애면 범죄 확산에 일조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해당 법안은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다.
이 후보는 9일 오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미래당사에서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대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n번방을 최초 고발한 '추적단 불꽃'의 박지현씨도 참석했다. 박씨는 최근 당 선대위에 디지털성범죄근절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합류했다.
이 후보는 윤 후보의 과거 N번방 방지법 관련 발언을 지적했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해 12월 n번방 방지법이 시행되자 "n번방 방지법은 제2의 n번방 범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절대다수의 선량한 시민에게 '검열의 공포'를 안겨준다"며 반발했다. 윤 후보는 통신비밀 보호, 표현의 자유 침해 등을 들며 n번방 방지법을 반대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일부 남성들의 반발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했다. 당시 일부 남성들은 인터넷상에서 "남자가 모두 범죄자냐"며 n번방 방지법에 대한 불만을 표현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성범죄를 여성의 문제로 보고 남녀 대립 문제로 보는데, 이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며 "(성범죄 피해자가)다 여성이 아니다. 피해자의 30%는 남성"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특정 성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모두의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사전 검열의 여지가 있다고 하면 그 부분의 문제를 해소해야지, (법 자체를) 풀어버리면 범죄 확산의 공간도 커진다"며 "(성범죄를)철저히 봉쇄하고 제도적으로 대처하되 거기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해야지, 문제 해결 자체를 포기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의 인식이 안타까운 것은 자신들은 '장난'이라고 하는데 장난으로 사람을 죽였다"며 "그게 상대에게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할 만큼의 인권 침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고 답답해했다.
이 후보는 경기도지사 시절 '디지털성범죄 원스톱 지원' 제도 등을 시행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여성에 대한 성범죄 보호 조치가 왜 더 많은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똑같은 상황에서 여성 안심 귀가길 지원에 왜 돈을 들이냐 하는, 남성 중 일부 오래된 고정관념을 가진 사람들은 이해를 못 한다"며 "여성들이 가지는 불안감과 남성이 가지는 불안감이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여전히 성범죄의 70% 정도가 여성에 해당되는 만큼 불안감이 더 클 수 밖에 없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이 남성들을 향해 "상황과 현실에 대한 인지는 매우 중요하다"며 "상대가 겪는 고통이 크다는 사실을 규범화하는 과정, 알려주는 것이 공공영역에서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이 후보는 디지털성범죄 근절 다짐 퍼포먼스를 하며 "성불평등이 여성이 크지만 (앞으로는)여성이라고 하지 말고 '사람'이라고 하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씁쓸해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9일 서울 마포구 미래당사에서 열린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대담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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