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카이스트의 학생과 교수, 직원들이 새로운 길로 가야 한다는, 그 동안 하지 않았던 일을 해야 한다는 의식을 갖게 됐습니다. 이 의식이 계속 유지된다면 제 임기가 끝나도 카이스트는 세계 일류 대학으로 가는 길을 완수할 것입니다."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은 15일 온라인으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년 간의 업무 중 가장 큰 성과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그는 "하던 길에서 벗어나는 것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새로운 길로 가야하는 데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동참해줬다"며 지난 1년간의 성과를 발판으로 카이스트의 발전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광형 총장이 카이스트의 미래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카이스트
드라마 '카이스트' 속 괴짜 교수의 원형으로 유명한 이 총장은 취임 후 카이스트의 성장을 위한 청사진 수립에 매진했다. 개교 50주년을 맞아 제2의 도약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신문화 전략 QAIST'를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총장은 "한국의 산업 발전을 위해 설립된 카이스트는 지난 50년간 많은 성장을 해왔다"며 "선진국을 따라하는 전략으로 세계 40위권 대학에 이름을 올렸다"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그는 "10위권을 향해 가는 데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한계에 직면했다"며 "남들과 다른 잘할 수 있는 분야를 택해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이 주창한 QAIST 신문화 전략은 미래 50년을 위한 새로운 전략으로, △질문(Question)하는 창의인재 △최고보다 최초를 지향하는 연구(Advanced research) △세계 10위권 대학으로 도약하는 국제화(Internationalization) △글로벌 가치창출의 기술사업화(Start-up) △혁신·소통의 문화로 사회 기여 활동을 확대하는 신뢰가치(Trust) 등을 지향한다.
질문하는 인재 양성을 위해 인문·예술적 소양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조수미 소프라노를 초빙석학교수로 임용하고 카이스트 미술관 설립을 추진한 점, 학생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동시에 재정적 자립을 꾀하기 위해 카이스트 홀딩스를 설립한 점 등이 모두 그 일환이다. 연구 과제를 선정할 때도 성공 가능성이 80% 이상인 것은 배제하고, 실패연구소를 세워 실패에서도 배울점을 찾는 등 구성원의 의식 개선을 위한 작업들도 꾸준히 했다. 그 결과 매해 25개 안팎이던 창업 기업이 65개까지 늘어나는 가시적 성과를 얻기도 했다.
이 총장은 "카이스트가 아직 세계 일류대학이 되지 못했던 이유는 세계 일류대학이 되겠다는 뜻을 세운 적이 없기 때문"이라며 "그 과정이 쉬울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확신을 갖고 진행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 의학 전문 대학원 설립 △뉴욕 캠퍼스 설립 추진 △평택 캠퍼스 설립 △KAIST 홀딩스 등을 남은 임기 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은 연구중심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인류의 건강 문제를 해결할 한국형 의사과학자이자 바이오 경제를 선도할 혁신 창업가를 양성할 교육 기관이다. 현재 카이스트가 운영 중인 의과학대학원을 우선 확대한 뒤 2026년경 과학기술의전원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한다. 교육과정은 4년의 융합의학교육과 4년의 공학박사 과정 등 총 8년으로 구성된다. 이 총장은 "전세계적으로 바이오·의료 시장은 1조7000억달러 규모로 무한한 성장이 예상되는데, 국내의 경우 의사들이 연구에 참여하고 있지 못해 발전이 더디다"고 평가했다. 이어 "연구중심 의전원은 바이오메디컬 시대의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요건"이라며 "관련 법 개정, 정원 배정, 대학 설립 인가, 예비인증 등의 과제가 선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기의전원이 의사를 양산하는 또 하나의 창구가 될 것이란 일각에 비판에 대해 그는 "법적으로 졸업생들이 10년 간 임상의로 일을 할 수 없도록 제한을 둘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현재 의대 교육 구조에서는 임상의가 되는 것만이 길인 줄 알고 다른 도전을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디지털 헬스케어의 잠재력을 알게되면 전통적 레드오션인 동네병원, 대학병원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2월 선언한 뉴욕 캠퍼스 설립도 난관들을 헤쳐가며 차근차근 수행 중이다. 이 총장은 "처음 뉴욕캠퍼스 설립을 추진할 때에는 후원자만 만나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하려니 법, 제도·관습 등이 달라 한국에서 새로운 학교를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려워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재정 파트너 이외 운영 파트너도 필요해 보인다"며 "코로나19로 직접 방문하는 것이 어려워 진행이 더뎌지고 있지만 온라인으로는 계속 대화하고 있다"고 추진 경과를 설명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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