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 가상 배기음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운행 중 소리가 나지 않는 전기차의 특성에 맞춰 엔진음을 대체할 소리를 찾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지난 2020년 7월부터 전기차 저속에서 가상 배기음을 장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럽연합 EU와 미국은 앞서 2019년부터 가상 배기음을 내도록 법제화하고 있다.
각 국에서 전기차 가상 배기음을 법제화까지 하고 나서는 이유는 전기차는 전기 모터로 운행되기 때문에 소음이 없어 야간 등 조용한 곳에서 매우 위험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현대모비스(012330)가 전기차 그릴 커버를 이용한 '가상 엔진 사운드 시스템(AVAS)'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전기차의 전면부를 막고 있는 그릴 커버 자체를 스피커의 구성품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보행자는 가상 배기음으로 조용하게 접근하는 전기차의 존재를 알 수 있고, 캠핑과 같은 야외 활동 시 차량 외부에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스피커로도 쓸 수 있다.
현대모비스가 외부의 전파와 음향이 차단된 전파무향실에서 그릴 커버를 활용한 가상 엔진 사운드시스템을 실차에 적용해 성능시험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모비스
가상 배기음 시장은 이미 성장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퍼시스턴스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음향 발생기 시장의 규모는 지난 2017년 340억달러(약 38조1004억원)에서 오는 2025년 6.3배 성장한 2140만달러(약 239조8084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운전자에게 주행하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는 엔진음은 필수 요소로 꼽힌다. 이 때문에 전기차 제조업체에서는 가상 엔진음을 대체할 소리를 찾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기아(000270)의 전기차 EV6에 주행상황별로 다른 음향을 내는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e-ASD)을 적용했다. 그동안 현대차그룹 고성능 브랜드 N의 내연기관 모델에 적용돼온 가상 음향을 적용한 EV6에도 적용했다.
BMW는 작곡가 한스 짐머와 계약을 맺고 전기차 전용소리인 'BMW 아이코닉 사운드일렉트릭'을 제작했다. 한스 짐머는 라이온킹, 다크나이트, 인터스텔라 등의 주제가를 작곡한 영화음악가다.
아우디는 전기차 E-트론 GT에 자체 제작으로 만든 주행 소리를 넣었다. 무선전동 드라이버 소리, 헬리콥터 소리 등 32가지 소리를 합성했다.
슈퍼카 업체도 가상 배기음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슈퍼카의 특성상 내연기관 특유의 굉음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하지만 친환경차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전기차를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슈퍼카의 특성을 살린 가상 배기음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는 중이다. 실제 포르쉐는 타이칸에 우주선 같은 소리를 내는 'e-스포츠 사운드'를 적용해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가상 배기음 소음을 만드는 것은 큰 기술은 아니다. 다만 운전자의 운전하는 즐거움이나, 안전 등의 이유 때문에 많은 전기차 제조 업체들이 가상 배기음을 만드는데 몰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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