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돋보기)옵티머스 일당 2심서 '형량 폭탄'…왜?
김재현, 징역 25년→ 징역 40년…역대 경제사범 중 최고 형량
2017년 6월~7월 매출채권펀드 관련 사기 혐의 무죄→ 유죄
재판부 “천문학적 금액 편취한 초대형 금융사기 범행”
다음달부터 NH투자증권 vs 하나은행 법정공방 시작
2022-02-22 06:00:00 2022-02-22 10:46:07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피고인들의 사기 범행으로 5000억원이 넘는 천문학적 피해가 발생했다. 평생 참회하며 살아가게 하며 초대형 금융사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 중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윤강열)가 지난 1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재현 전 대표 등 옵티머스 일당에게 1심 보다 1.6~2.6배 가량 가중된 형량을 선고하며 언급한 양형 이유다.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은 옵티머스자산운용 김 대표는 2심에서 징역 40년을 선고받았다. 역대 경제사범 중 최고 형량이다.
 
김 대표와 함께 기소된 △옵티머스 2대 주주 이동열씨는 1심 징역 8년에서 2심에서 징역 20년 △옵티머스 이사 윤석호 변호사는 징역 8년에서 징역 15년 △옵티머스 사내이사 송상희씨는 징역 3년에서 징역 8년 △스킨앤스킨 유현권 고문은 징역 7년에서 징역 17년을 각각 선고받으며 대부분 형량이 2배 이상 늘었다.
 
이번 판결은 국내 경제사범에게 가장 무거운 형량을 선고한 첫 판례로 주목된다.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뉴스토마토
 
2심서 '펀드 기획·운용' 인정 기간 늘어나
 
2심에서 김 대표 등의 형량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1심에서 무죄 판단된 혐의 중 일부가 유죄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우선 1심 재판부는 김 대표가 본격적으로 펀드 기획과 운용에 관여한 시점이 2017년 8월부터 라고 봤으나 2심 재판부는 같은 해 6월과 7월에도 김 대표가 범행에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1심은 김 대표가 2017년 8월부터 2020년 6월까지 3000여명으로부터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속여 1조3194억원을 끌어 모아 부실채권 인수, 펀드 돌려 막기 등에 사용했다고 봤다. 다만 펀드 기획 초기 단계였던 2017년 6~7월 당시에는 “김 대표가 ‘허위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김 대표가 그 시기에는 범행에 가담했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2심은 2017년 6~7월 발생한 매출채권펀드 관련 사기 혐의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 대표가 이 기간(2017년 6~7월) 펀드 사기가 발생하기 한 달 전 실무를 총괄하는 직원에게 관련 이메일을 발송했고 이 기간 펀드 자산인 매출채권을 장부에 기입한다는 취지의 서류에 ‘투자대표’로 서명했다”며 “김 대표도 이 기간 사기에 가담했다”고 밝혔다.
 
옵티머스 2대 주주 이동열씨도 2심에서 유죄 판단 기간이 늘었다. 1심에선 이씨가 2020년 5월 이후 펀드 사기 구조를 인식했다며 그 전 시기를 무죄로 판단했으나 2심 재판부는 2019년 4월 이후부터 펀드 자금 흐름을 인지했다고 봤다. 이씨가 2019년 1월 옵티머스 사무실이 있는 건물에 ‘하자처리방’을 차리고, 사채발행을 통해 펀드 환매 자금을 마련하는 등 사실상 펀드 자금 회수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인정했다.
 
금융정의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020년 10월21일 서울 금융감독원 앞에서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규제완화 및 감독부실, 금융사 책임회피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호 변호사, 범행 중대성 고려 형 가중
 
윤 변호사의 경우 2020년 3월부터 2020년 6월까지 1724억원 상당의 사기 혐의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부분은 원심과 같이 판단했으나 이 사건 사기범행의 중대성을 고려해 원심보다 무거운 형을 내렸다.
 
재판부는 “김재현, 이동열 피고인에 대해 1심에서 무죄로 봤던 일부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다”며 “윤석호 피고인은 유무죄 판단을 유지하지만 원심의 형량이 지나치게 가벼워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사내이사 송씨는 1심에서 사기 혐의 관련 일부 무죄 받았던 부분이 2심에서 유죄로 인정됐고, 유 고문은 이 사건 범행 초기부터 가담한 것으로 판단돼 중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 피고인들이 2017년 5월부터 2020년 6월까지 3년 넘게 사모펀드를 설정·운영하면서 공공기관 매출채권 투자금 명목으로 피해자들을 속여 1조3400억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편취했다”며 “실제로 자금이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된 건은 단 한 건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 피고인은 증권사 등 전문직 종사자로서 직무수행을 기회로 이용해 고도의 지능적 방법으로 범행을 했고, 이를 계속하기 위해 장부를 조작하거나 문서를 위조하는 등 조직적 범행을 저질렀다”며 “2017년 중반부터는 제안서에 ‘안정적인 자산 투자’라고 투자자들을 기망했는데 대량 펀드 환매에 직면하자 ‘돌려막기’ 방식을 택해서 결국 일반 투자자들의 더 큰 피해만 양산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관련 펀드 사기 혐의를 받는 윤석호 변호사(왼쪽 두번째) 변호사와 송상희(오른쪽 두번째) 펀드 운용이사(사내이사)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2020년 7월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법조계 “경제사범에 대한 상징적 판결”
 
이날 판결 후 피고인 측은 당혹감을 내비치며 상고 의사를 밝혔다. 이씨 측 정준영 변호사는 “주장했던 부분들이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히려 (1심에서) 무죄로 나왔던 부분이 유죄로 인정되면서 형량이 크게 늘어 당혹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피해자 변제를 위해 계속 열심히 노력하겠다”며 “판결문을 받아보고 나서 상고심을 진행할지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 등은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투자자들에게서 1조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 모아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속이고, 이를 부실채권 인수와 펀드 돌려막기에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이 모은 투자금은 1조3400억원이 훌쩍 넘는다. 이 중 변제되지 않은 금액은 5500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며 피해자는 3200여명으로 추정된다.
 
"법원이 경제사범에게 보내는 경고"
 
법조계는 이번 판결이 경제사범에 관한 유의미한 판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상진 변호사(차앤권 법률사무소)는 “그간 금융관련 사고에 대한 법원의 형량이 낮은 편이었는데 이번 판결은 (경제사범들에) 상당한 ‘워닝’(경고 메시지)을 줬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엄태섭 변호사(법무법인 오킴스 대표)는 “이번 판결 이후 옵티머스 판매사들과 수탁사(하나은행), 예탁결제원(사무관리사) 간 과실비율이 첨예한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옵티머스 펀드 최대 판매처인 NH투자증권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권고에 따라 지난해 5월 말부터 피해 투자자들에 대한 투자 원금을 전액 보상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수탁은행인 하나은행과 사무관리사인 예탁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및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다음달부터 NH투자증권 등 판매사와 하나은행 등 간 치열한 법적 공방이 시작될 예정이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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