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28일 전북 고창전통시장을 찾아 유세하고 있다. 사진=김광연 기자
[목포·순천·여수·광주·고창·정읍·전주·익산=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대선을 눈 앞에 두고 호남 주요 지역을 샅샅이 훑었다. 지난 2016년 38석 원내교섭단체 달성의 교두보였던 호남을 다시 발판 삼아 지지율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안 후보는 28일 호남 1박2일 일정의 마지막으로 전북 고창·정읍·전주·익산을 잇따라 도는 강행군을 펼쳤다. 전날 전남 목포·순천·여수·광주를 방문한 데 이어 이틀 동안 호남 8개 도시를 찾아 표밭을 다졌다. 이전까지 영남권 중심으로 유세를 이어왔던 안 후보는 과거 자신의 지지 기반이었던 호남 민심에 다시 손을 뻗으며 재도약을 꿈꿨다.
이번 호남 행보에서 안 후보가 강조한 것은 도덕성과 능력이었다. 본인은 물론 가족 논란에 휩싸인 이재명 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달리 의혹과 거리가 먼 자신의 강점을 내세우고, 의사·벤처기업가·교수 등 자신의 다양한 경력을 어필하려 애썼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28일 오후 전북대 구 정문앞 유세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김광연 기자
안 후보는 이날 고창에서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을 떨어뜨리는 게 민주주의가 아니라 나라를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을 뽑는 게 민주주의"라고 역설했다. 이재명 후보 당선을 막기 위해, 또는 윤석열 후보 당선을 막기 위해 유력 경쟁자에게 표를 던지지 말고, 나라를 위해 자신에게 표를 행사해 달라는 호소였다.
전날 여수를 찾아서도 "감히 말씀드리는데 지금 있는 모든 후보들 중에 미래를 바라보고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만들고 새로운 미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저 안철수밖에 없다고 단언한다"며 "여러분이 저를 선택해 주신다면 제 모든 것을 바쳐서 여러분을 위해 우리나라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 바치겠다"고 읍소했다.
과거 자신이 제대로 된 호남 민심 반영 없이 바른정당과의 합당으로 바른미래당을 만들었다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과오를 인정하는 동시에 자신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는 메시지였다. 안 후보는 전날 광주에서 "호남에 뿌리를 둔 38석의 국민의당과 영남에 뿌리를 두었던 20석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의 이유는, 박해를 많이 당했던 광주가 너그러운 마음으로 영남에 먼저 손을 내밀면 우리나라 최초로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저는 그것이 하고 싶었다"고 해명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27일 오후 광주 충장로에서 유세하고 있다. 사진=김광연 기자
자신의 생각이 짧았다고도 인정했다. 안 후보는 "광주 시민들께 사죄드린다. 제 진정한 진심을 이해시키는 시간이 부족했다. 제 평생의 한"이라고 돌아봤다. 그는 "제가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가지고 시간을 들여서 한 분 한 분 설득했으면 결국 (국민통합을) 성공하고, 광주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다음 시대 정신인 국민통합을 이루는 상징의 도시가 될 수 있었는데, 미숙한 저 때문에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안 후보와 윤 후보의 야권 단일화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해졌다. 단일화 최종시한으로 여겨졌던 27일을 넘겼고, 그간 물밑 협상 내용을 놓고 양측의 진실공방까지 더해지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대선까지 앞으로 남은 기간도 9일에 불과해 단일화가 성사돼도 큰 효과를 거두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 안 후보 역시 이번 호남 방문에서 독자노선을 공고히 했다. 이날 야권 단일화 불발의 책임이 향후 자신을 향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권한의 크기와 책임의 크기는 비례한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목포·순천·여수·광주·고창·정읍·전주·익산=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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