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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산업은행 옮긴다고 금융중심지 되나요?
2022-03-14 06:00:00 2022-03-14 10:58:45
김의중 금융부장
2004년 참여정부 당시 대한민국의 수도가 바뀔 뻔한 적이 있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충남 연기군과 공주시 일대로 천도 계획을 세웠다. 여당은 신행정수도 특별법으로 뒷받침했다. 정치권 갈등은 극에 달했다. 
 
제1야당이던 한나라당은 대다수 국민이 수도이전을 반대한다며 국민투표에 부칠 것을 요구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적 국정 시스템을 흔드는 매우 위험한 정치 공세”라고 반박했다. 
 
그렇게 공방이 계속되던 중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 특별법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수도이전이 무산되자 이번에는 세종특별시 신설이 추진됐다. 정부부처를 이동시켜 세종이 실질적인 수도 역할을 하게 만들겠단 방안이다. 
 
세종시와 함께 공공기관 지방이전도 추진했다. 2019년까지 10개 혁신도시에 153개, 5만1000여명이 자리 잡았다. 수도이전이나 세종시,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목적은 같았다. 국토균형발전이다.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와 인프라를 지방으로 분산해 전국을 골고루 잘살게 하겠단 목표다. 
 
그러나 많은 정책이 그러하듯 이 또한 의도와 다른 결과를 낳았다. 세종시는 청와대와 국회가 서울에 남은 상태에서 행정부만 이전함으로써 비효율을 초래했다. 많은 공무원들이 서울과 세종을 숨 가쁘게 오가야 했고 소통은 후퇴했다. 막대한 직간접 사회비용이 지금도 낭비되고 있으며, 수도 역할은 당연히 하지 못한다. 
 
공공기관이 이사 온 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행정비효율이 높은데다 일시적으로 고용은 늘었지만, 지속가능 일자리는 생겨나지 않았다. 직원 가족동반 이주 비율도 절반이 채 안 된다. 신도시 특성상 도로, 학교, 상권 등 인프라가 집중되면서 오히려 주변도시의 인구이탈을 가속화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말이 듣기에는 좋지만, 반드시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은 아니라는 게 이렇게 증명된 셈이다. 
 
때로는 선택과 집중이 좋을 때도 많다. 기업이 경영하기 좋고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경쟁력 있는 도시를 전략적으로 키우는 방법이다. 우리 귀에 익은 미국 뉴욕, 호주 시드니, 캐나다 토론토 등이 대표적인 경제도시 사례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추진하겠다니 한숨부터 나온다. 인구의 분산만이 곧 경제발전의 유일한 길인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지만, 사실은 지역 표를 얻으려는 속셈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구상도 우려스럽긴 마찬가지다.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옮겨 금융중심지로 키우고, 나아가 부울경 지역을 금융허브로 발전시키겠다는 공약을 걸었다. 공공기관 이전은 반대하면서 국책은행은 이전하겠다니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국책은행 하나 부산으로 갔다고 해서 그곳이 금융중심지가 되지는 않는다. 금융1번지로 불리는 서울 여의도조차 세계적으로 평가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미국 씨티은행에 이어 캐나다 노바스코샤은행이 국내에서 철수한다고 한다. 앞서 영국계 HSBC은행, 골드만삭스, 스코틀랜드왕립은행, 맥쿼리은행이 잇따라 철수 또는 부분 철수했다. 
 
여전히 높은 규제 장벽, 지나친 정부의 간섭, 노동시장 경직성, 여기에 금융도시 분리까지. 무엇하나 경영 이점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유수의 금융회사들이 우리나라를 떠날 수밖에 없던 이유. 여기서부터 새 정부의 고민은 시작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선 윤 당선인이 바라는 제2, 제3의 금융중심지는 허상일 뿐이다.
 
김의중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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