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옥죄는 송출수수료…"정부, 대책 마련 나서야"
매출 절반 이상 송출료 지불…중소기업·소비자 부담 전가 우려
"이대로면 홈쇼핑 업계 공멸"…정부 "개입 어렵다" 입장 되풀이
2022-03-16 16:42:19 2022-03-16 16:43:06
홈쇼핑업계가 과도한 송출수수료에 시름이 깊어진다. (사진=롯데홈쇼핑)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홈쇼핑업계가 과도한 송출수수료에 시름이 깊어진다. 업계는 송출수수료의 급격한 인상이 계속되면서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된다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정부에 요청했다. 
 
16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발간한 '2020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에 따르면 지난해 홈쇼핑 사업자들은 총 매출 3조8108억원 가운데 2조234억원을 송출수수료로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지급했다.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인 무려 53.1%가 송출수수료에 쓰인 셈이다. 송출수수료는 지난 2011년만 하더라도 25%를 차지했으나 2014년 30%, 2018년 46.8% 등으로 빠르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송출수수료는 홈쇼핑이 유료방송사업자에게 내는 이른바 자릿세 개념이다. 이는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IPTV 3사나 유선방송사업자(SO)에 제공한다. 홈쇼핑들은 시청률이 좋은 지상파와 종합편성 채널 사이사이에 홈쇼핑을 트는 대가로 막대한 송출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방송사업자들의 송출수수료 매출은 전년 대비 11% 오른 2조295억원을 기록했다. 이들의 전체 방송사업 매출에서 송출수수료로 거둬들이는 매출이 30%를 치지할 정도다. 홈쇼핑업계는 TV홈쇼핑 시청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송출수수료 비용 부담이 매년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구선정 디자이너
 
TV홈쇼핑은 중소기업 등용문이다. 중소기업의 상품을 판매하는 동시에 홍보 효과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19년 TV홈쇼핑 홈쇼핑 편성의 69.8%가 중소기업 제품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유료방송사는 홈쇼핑 업계의 수익성이 악화하는데도 송출수수료 인상이 과도하고 오히려 홈쇼핑들간의 채널 확보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며 "송출수수료의 급격한 인상은 홈쇼핑뿐 아니라 중소기업과 더 나아가 소비자까지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유료방송의 수익 구조조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주정민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사실 유료방송 산업을 둘러싼 수익구조의 문제다"며 "수신료만 가지고 운영이 어려우니, 이를 홈쇼핑 송출수수료로 메우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2017년 유료방송사, 홈쇼핑, 전문가 등이 참여한 '유료방송 홈쇼핑 상생 협의체'를 구성해 송출수수료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지만 법적 강제성이 없어 무용지물이 됐다. 
 
이렇다 보니 정부가 나서서 이해관계자들 간의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 교수는 "사업자간 조금씩 양보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지 않는다면 결국 홈쇼핑 업계는 공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현재로서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사업자간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입장차를 조정해 주는 역할뿐"이라고 당부했다.
 
업계 관계자도 "홈쇼핑 업계가 건전한 유통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절한 송출수수료 규제나 상생 지원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는 기업간의 사적 계약에 개입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유료방송 주무부처인 과기부 관계자는 "기업간의 사적 계약이기에 정부가 대화의 장을 마련한다면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당장은 계획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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