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에 바란다)"실패한 MB 대북 강경책 반복 안돼…대화 속에 해법"
윤 당선인 '선 비핵화, 후 남북관계 개선' 원칙에 MB정부 실패 되풀이 '우려'
한중관계는 의견 분분 "미 중심 자유진영 결속 강화", "한미동맹 강화로 대중 문제 야기"
2022-03-21 06:00:00 2022-03-21 06:00:00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 마련된 당선인 사무실에서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미국대사대리를 접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로 대북정책이 5년 만에 일대 전환점을 맞게 됐다. 문재인정부가 남북관계 정상화 이후 단계적 비핵화 방안을 해법으로 제시한 반면, 윤 당선인은 '선 비핵화, 후 남북관계 개선'을 주장하면서 상당한 시각차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윤 당선인의 '선 비핵화' 원칙과 함께, MB 사람들로 꾸려진 인수위 구성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무엇보다 강경 일변도의 MB 대북정책 반복으로는 파국에만 이를 뿐이라며, 대화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  
 
<뉴스토마토>는 통일·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들로부터 새 정부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전직 통일부 장관들을 대상으로도 새 정부에 대한 제언과 바람 등을 요청했지만 모두 답변을 꺼렸다. 정치적 입장 차이보다 강경 일변도의 대북 정책에 대한 우려가 짙어 보였다.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전 장관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라며 "(윤석열정부에)바라는 것은 턱도 없는 소리고, 이야기를 들을 사람도 아니다"고 했다. 이종석 전 장관도 "이야기할 게 없다"고 말을 아꼈다. 노무현정부에서 마지막 통일부 장관이었던 이재정 현 경기교육감은 문자 메시지를 통해 "대단히 죄송하지만 주신 질문에 관해 답을 드리지 못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조언한 대목은 북한과의 대화에 항상 문을 열어두라는 것이었다. 북한과의 대화 없이 대치 국면으로만 치닫게 되면 과거 이명박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윤 당선인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대체할 정책으로 '비핵·번영의 한반도' 구상을 내놨는데, 이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문호를 개방하면 10년 내에 1인당 GNP(국민총생산) 소득 3000달러가 되도록 지원하겠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북 공약 '비핵화 3000' 구상과 유사하다. 반대로 말하면, 북한이 선제적으로 핵을 포기하는 등의 결단이 없을시 남북관계 교착은 불가피해진다. 전문가들은 이를 현실성 없는 강경책으로 바라봤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면면을 뜯어보면 MB정부의 대북 강경책이 부활하는 듯한 모습이다. 외교안보 분과 간사인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MB정부에서 외교통상부 2차관을 역임했다. 인수위원으로 발탁된 김태효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이종섭 전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차장(중장)도 MB정부에서 각각 대외전략비서관·대외전략기획관과 국방부 정책기획차장을 지냈다. 외교안보 분과 위원 3명이 모두 이명박정부 출신 인사로 채워지게 된 셈이다. 이중 김태효 교수는 MB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을 주도한 '실세'로 꼽히며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2012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밀실 처리를 주도했고, MB정부 '군 댓글공작'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돼 현재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개입을 주장하는 내용의 학술논문까지 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16일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완공을 앞둔 평양 송신·송화지구 1만 가구 주택 건설현장을 현지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김흥규 미중정책연구소장은 현 정부의 대화 기조 속에서 남북관계 변화를 추구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소장은 "북한과의 대화라든가, 협력을 강조하면서 실질적으로 우리가 국방 부분에 있어서 해야 될 일을 충실하게 준비하는 것이 윤석열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윤석열 인수위가)과거 이명박정부 사람들로 거의 다 채워졌고 '이명박 2.0'이라는 소리도 듣고 있다. 결국 북한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며 "그때 당시 사람들이 이명박정부 당시 사고와 전략을 가지고 외교안보 정책에 임한다면 대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아산정책연구원 원장 대행을 맡고 있는 최강 부원장은 "북한 핵 문제도 일단 대화의 문은 열어놓고, 인도적 지원은 언제라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최 부원장은 북한의 비핵화가 안 됐을 경우를 가정한 대안도 마련해놔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가 안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것에 대한 대비도 고려해야 한다"며 "핵 확장억제 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복안들을 진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대학원대 부총장인 양무진 교수는 "대화를 중심으로 한 남북관계 정상화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경험적 사례에 비춰볼 때 대화 속에 해법이 있고, 대결 속에 해악이 있다"며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대화를 중심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윤 당선인의 '선 비핵화' 원칙에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윤 당선인은 남북관계 정상화를 이야기하면서 엄격한 대북제재, 상호주의, 법과 원칙 중시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법과 원칙을 중시해서 남북관계가 정상화되면 얼마나 좋겠느냐"며 대화에 중점을 둔 대북 전략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지난해 9월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외교안보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 이날 공약발표 기자회견에는 윤석열 캠프의 외교안보 정책자문단이 함께 자리했다. (사진=뉴시스)
 
보수진영을 벗어나 합리적 중도성향의 인사들을 중심으로 대북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또한 인수위 구성에 대한 우려 속에 "윤석열정부가 출범하면 여소야대의 정국이 된다. 이명박정부 때 했던 것처럼 대북 강경 위주의 노선을 걷는다면 그로 인해 남남 갈등이 상당히 심각해질 것"이라며 "야당도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 중도 성향의 인물을 통일부 장관에 임명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센터장은 과거 노태우 전 대통령이 이홍구 서울대 교수를 국토통일원(현 통일부) 장관으로 임명한 사례를 들었다. 그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이홍구 교수에게 통일방안 수립에 있어서 야당과 긴밀하게 협의하라고 지시했고, 이 장관도 당시 야당과도 만나고 전문가들과도 만나서 한민족 공동체 통일방안이라는, 지금의 여야 모두가 대부분 수용하는 합의를 도출해 낼 수 있었다"며 "그 시기에 만들어진 남북기본합의서에 대해서도 사실 보수와 진보 가릴 것 없이 기본적으로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당선인이 협치를 하겠다고 했으니 민주당으로부터 합리적이고, 중도 성향의 인사들을 여러 명 추천 받아서 그 중에서 가장 당선인과 대화가 된다고 생각하는 인물을 선정하는 것도 좋은 협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흥규 소장도 "대북 전략과 함께 여러 가지 수반되는 전술은 훨씬 더 유연해야 된다는 게 제 생각"이라며 진영을 가리지 않는 대북 정책을 강조했다. 김 소장은 "불과 0.7%포인트 차이로 윤 당선인이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여전히 국회는 민주당이 180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급격한 외교안보 정책의 변화를 표방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고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도 많지 않다"며 "윤 당선인이 오히려 전략적으로는 문재인정부의 유산 등 필요한 것은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실질적으로 바꿔야 될 것들을 해나가면 그것이 훨씬 더 실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의견을 냈다.
 
윤 당선인의 후보 시절 공약에 대해서도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성장 센터장은 "윤 당선인이 국방백서에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하겠다고 이야기했는데,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게 되면 북한과의 대화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며 "후보 시절 했던 공약이더라도 그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정정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윤 당선인이 선제타격 이야기도 했는데 후보 시절 보수층의 지지도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이런 표현이 필요했을지 모르겠지만 대통령이 된 다음에는 대외적인 메시지 관리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접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 당선인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추가 배치와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가 참여하는 중국견제 성격의 안보협의체) 가입 추진 등 한미동맹에만 힘을 쏟으면서 자칫 한중관계가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진영 결합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의견과 한미동맹 강화에 따른 반작용을 우려하며 대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중국이 정치적으로 북한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는 점에서 한중관계는 대북 문제의 중요 변수로 꼽혔다. 사드와 관련해서는 중국의 보복으로 우리경제가 일대 타격을 입은 악몽도 있다. 
 
최강 부원장은 "한미관계를 중시하고, 한중관계에 신경쓴다고 해서 나아지지 않았다"며 "전반적으로 미국 주도의 정세로 흘러가고 있고, 자유진영 결합이 더 강화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에 대해서도 당당한 외교를 하려면 파트너가 많아야 하고, 동맹과 우방이 많아야 된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 자유진영이 다 결속하고 있다고 볼 적에 그 속에서 우리의 위치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흥규 소장은 "한미동맹 강화는 누구나 다 지지하지만 문제는 여기에서 야기될 대중 관계"라며 "이것이 결국 윤석열정부의 실력, 역량을 판가름할 수 있는 관건이고, 가장 어려운 도전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김 소장은 "한미동맹만 강화한다고 그게 답이 되는 것이 아니라 대중 정책에 대한 대안은 무엇인가라는 답이 같이 나와야만 한미동맹에 대한 이야기가 완성이 되는 것"이라며 "윤 당선인에게 종합적인 비전이나 대응책에 대한 그림이 아직 안 나오고 있어서 상당히 불안하다"고 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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