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논객 조갑제마저 "청와대 무슨 죄? 장소에 문제 전가는 미신"
윤석열 기자회견 신랄하게 비판 "대통령 집무실은 나라의 얼굴…우격다짐 안돼"
2022-03-21 14:30:21 2022-03-21 14:30:21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보수 논객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도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반대하고 나섰다. 사람의 문제를 장소에 전가하는 것은 ‘미신’이라는 비판으로 풍수 등 무속논란에도 불을 지폈다. 조 대표는 ‘월간조선’ 편집장을 지낸 대표적인 보수 논객이다. 
 
조 대표는 지난 20일 ‘조갑제닷컴’에 ‘윤 당선인에 띄우는 공개장’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청와대에 무슨 죄가 있나. 자리는 최고 아니냐”며 “그것을 운영한 사람의 문제를 장소에 뒤집어씌우는 것은 미신”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조 대표는 윤 당선인의 기자회견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기존 청와대를 제왕적 대통령 권력의 상징으로 규정,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당초 공약인 광화문 정부청사로의 이전 대신 용산 국방부 이전 방침을 밝혔다. 명분은 국민과의 소통이었다. 다만, 이에 대한 국민적 협의 과정은 생략됐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윤 당선인은)‘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고 약속했다’는 말을 강조했는데 청와대는 대한민국 민주발전의 사령탑”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부분적으로 제왕적 요소는 없지 않았지만, 지난 70여 년 한국 현대사 중심부를 이렇게 총체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사실에도 맞지 않고 일종의 선동”이라며 “국민들이 청와대를 돌려달라고 시위를 한 적이 있나”라고 되물었다. 
 
또 “정작 광화문 지역에 대통령 집무실을 두는 것은 민폐를 끼치는 재앙 수준임을 당선 후에야 알았다는데, 그렇다면 공약 자체가 무효 아닌가”라며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고 광화문에서 집무를 시작하겠다고 한 약속 또한 별 생각 없이 한 이야기 아니냐”고 따졌다. 조 대표는 “그렇다면 훌륭하게 준비되어 있는 청와대로 일단 들어가 집무실 이전 문제를 전문가 검토와 여론수렴을 거쳐 순리대로 추진하는 것이 당선인이 그렇게 강조했던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현 국방부 청사를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하는 것도 국격에 맞지 않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 집무실 건물은 백악관, 엘리제궁, 크렘린궁처럼 그 나라의 이미지를 만드는 얼굴”이라며 “처음부터 그런 용도로 아름답게 지어야 하는 건물이지, 전시도 아닌데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일 성격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집무실 청사는 대한민국과 함께 운명을 같이 해야 할 역사적인 건물인데 어떻게 임시정부 청사 마련하듯 하냐”며 “임시적인 것이 아니라면 세계 어느 나라의 대통령궁이 남의 건물을 인수해서 쓰는 게 있는지 조사해보기 바란다. 국방부 건물은, 세계적 문명국가 대한민국의 수준에 맞지 않는 대통령궁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국군통수권자가 되실 분이 국군장교단을 이렇게 무시해도 되냐”며 “(국방부 측에)‘한 달 안으로 짐 싸서 나가라’는 식인데 입이 있어도 ‘역시 군대 안 갔다 온 대통령답다’는 말은 못 하게 되어 있는 그들로부터 가슴 속 존경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가 지휘자인 대통령과 국방 지휘자인 국방부장관이 붙어 있을 때 김정은이 미사일, 장사정포, 핵무기로 때리면 동시에 무력화되는데 이런 위험성은 고려했는가”라며 “합참의장 출신 11명이 반대한 일인데 김정은이 좋아할 일을 왜 서둘러 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대표는 “(윤 당선인이)소통, 소통 하지만 이승만 건국 대통령처럼 주 1회 격의 없는 기자회견을 한다면 다 해결된다”며 “5년 뒤 어느 대통령 후보가 ‘윤 대통령 집무실도 제왕적 권력의 상징이고 국격에 맞지 않는다’면서 이전이나 신축 공약을 내지 않는다는 자신이 있냐”고 되물었다. 그는 “경험상 권력자가 허영과 오만에 빠지면 예외 없이 끝이 좋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언할 수 있다”며 “윤 당선인께서는 역사 앞에 겸손하셔서 선거유세 때 그토록 강조했던 공정과 상식을 실천한 대통령으로 기록되기를 기원한다”고 글을 마쳤다. 
 
한편,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18일 자신이 만든 청년 플랫폼 ‘청년의꿈’의 청문홍답(청년의 고민에 홍준표가 답하다) 코너에서 ‘전 정부도 그렇고 왜 자꾸 청와대를 옮기려는 걸까요?’라는 제목의 글에 “건물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라고 꼬집은 바 있다. 홍 의원은 17일에도 또 다른 지지자가 남긴 ‘홍카(홍준표 각하)께서도 청와대 옮기고 싶으세요?’라는 질문에도 “사람이 문제지요”라고 답했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가 지난 2018년 5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미북정상회담과 남북관계 전망을 주제로 한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 초청 강연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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