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통일부 폐지 안 한다…3축체계·북한인권"
인수위 정부조직법 통과 '난망'…민주당 "꼼꼼하게 볼 것"
2022-03-23 18:18:43 2022-03-23 18:22:20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통일부 폐지 대신 기능 조정 방침을 분명히 했다. 문재인정부가 추구했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벗어나 3축 체계 구축을 위한 국방력 보강에 주력하는 한편 통일부 또한 북한 인권 지원 강화를 위한 인도지원 등에 초점을 맞추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는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 추구했던 대북 억지력 강화, 북한 인권과 맥이 닿아 있다. 
 
원일희 국민의힘 수석부대변인은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통일부 폐지는 없다”며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 뒤 “통일부의 존폐를 검토했던 게 아니라 고유의 기능을 되찾는 쪽으로 인수위가 구체적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준석 대표는 지난해 7월 통일부를 콕 집어 “수명이 다했거나 애초 아무 역할 없는 부처”라고 말하면서 통일부 폐지론이 일었다. 하지만, 인수위가 이 대표의 방침에 선을 그으면서 폐지론이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원 부대변인에 따르면, ‘통일부 고유의 기능’은 대북 지원 사업과 남북 교류 등에 방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원 부대변인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그간 청와대 주도로 남북관계가 진행되고 통일부는 하부적인 기능만 수행하는 것처럼 (되면서) 본역할에 소홀했다”며 “통일부가 했어야 할 남북 교류, 인도주의적 지원 등의 기능을 되찾아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기존 보수정권에서 추진했던 대북 정책의 연장선상이다. 이명박정부에서는 협상에는 보상을, 일탈에는 제재라는 원칙을 강하게 추진하며 북핵 포기, 북한 경제 개방 등을 드라이브 걸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2월 취임사에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의 길을 택하면 남북 협력에 새 지평이 열릴 것이다. 국제사회와 협력해서 10년 안에 북한 주민 소득이 3000달러가 되도록 돕겠다”고 발표했다. 이명박정부의 이 같은 대북정책은 ‘비핵·개방·3000’으로 불렸다. 북한은 이에 반발했다. 북한은 개성공단 출입을 봉쇄하고, 자국 영공을 통과할 남한 민항기를 위협하는 등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감은 높아졌다.
 
박근혜정부는 이명박정부 대북정책의 뒤를 이었다. 북한 주민의 삶의 질 개선과 남북 민생협력이 통일한국이 되기 위한 필수적 과제라고 강조해온 바 있다. 특히 박근혜정부는 북한인권법을 통해 북한인권운동단체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데 집중하기도 했다. 지원을 받은 이들 단체는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대북 전단, 라디오 방송 등을 통해 외부 세계의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주로 맡아왔다. 박근혜정부은 이를 통해 북한의 핵심 권력층·간부·주민 분리해 ‘김정은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한다는 구상이었다. 
 
또 박근혜정부는 힘의 균형을 통한 안보를 강조했다. 북한이 핵 능력을 고도화하면서 박근혜정부는 강력한 실효적 제재의 필요성을 부각시켰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체제 붕괴”까지 언급하며 강도높은 대응을 일관했다. 그 결과, 남북관계는 파열음이 커졌고, 최후의 보루였던 개성공단도 중단시키며 단절의 시대를 열기도 했다. 남북이 서로 강 대 강 대결을 강조하면서, 한반도 전쟁의 위기는 어느 때보다 커졌다. 
 
차기 윤석열정부에서도 박근혜정부 뒤를 이어 힘의 균형을 통한 안보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원 부대변인은 “북핵 문제, 미사일 문제는 힘의 규칙이라는 원칙을 지키고, 굳건한 한미 동맹을 통해 대화 문을 열 것”이라고 대북 정책에 대한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문재인정부에서 공식적으로 폐기했던 ‘3축 체계 구축’이라는 단어가 인수위 차원에서 되살아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인수위는 방위사업청 업무보고를 마친 뒤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을 위한 주요 방위력개선 사업 추진 현황과 향후 3축 체계 구축을 위한 군사력 보강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며 3축 체계 구축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3축 체계 구축은 유사시 북한 핵미사일을 선제타격하는 킬 체인(Kill Chain), 북한이 쏜 미사일을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탄도미사일을 대량으로 발사해 북한을 응징하는 대량응징보복(KMPR) 체계가 3축 체계의 핵심으로 한다. 문재인정부에서는 3축 체계 구축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용어로 ‘핵대량살상무기(WMD) 대응체계’로 공식 변경했다. 
 
하지만, 인수위의 이 같은 방안이 현실적으로 국회를 통과하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인수위는 각 부처의 업무보고를 받은 뒤, 이를 총괄하는 정부조직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하게 된다. 통상 야당이 될 정당은 이를 수용해왔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를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불과 0.73%라는 최소 격차로 승리를 거머쥐었고, 용산 집무실 이전 등 윤 당선인의 정책에 대한 국민적 반감도 높아, 민주당에서 수용만 하지 않을 심산이 크다. 
 
조오섭 민주당 대변인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아직까지 결정된 안이 국회로 오지 않은 상태여서 이렇다 저렇다 할 말을 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인수위가 법안을 제출할 때 꼼꼼하고 세밀하게, 어떤 것이 대한민국에 도움이 될지 살펴보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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