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집무실을 옮기는 것과 관련해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용산 미군 기지에 대한 환경오염 정화 비용이다. 수십년간 군이 주둔하면서 인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오염물질이 축적돼 있을 게 자명한데, 지금까지의 사례를 볼 때 미군이 아닌 우리 정부가 막대한 비용을 감당해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와 법조계 등에서는 '오염자 부담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9일 환경단체인 녹색연합 등에 따르면 용산 미군기지 터 반환이 10년 이상 지체되고 있는 원인은 역시 기지내 환경오염 문제다. 환경오염 비용 부담을 두고 한국과 미국이 줄다리기를 하면서 협상이 더뎌진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2004년 용산미군기지이전협정(YRP)을 체결하면서 2008년까지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가 2016년, 2018년으로 시점이 밀렸고 실제 용산기지 반환이 시작된 것은 2019년부터다. 현재 반환된 부지는 전체의 10.7%에 불과하다.
용산 미군 기지 이전과 관련해 환경오염 정화 비용이 문제로 떠올랐다. 사진은 지난 2020년 10월 시민단체들이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발암물질 범벅, 미군기지 오염 규탄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사진=뉴시스)
한미간 환경오염 비용 '밀당'의 결과는 항상 미국의 승리로 끝났다. 비용 부담 주체를 명확히 정하지 않아 사실상 한국이 떠 안게 됐다.
이런 사실은 정부의 미군기지 이전 관련 발표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지난달 25일 정부는 용산기지 일부와 의정부 '캠프 레드클라우드' 등의 반환 합의 사실을 알리면서 △오염문제의 책임 있는 해결방안 △환경관리 강화방안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관련 문서 개정 가능성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작년 12월 전국 12개 미군기지 반환 발표 당시에도 대동소이한 방안을 제시했다. 일단 기지를 돌려받고 환경오염 문제는 논의를 더 해보겠다는 의미다.
신수연 녹색연합 군환경 TF팀장은 "환경 정화 비용을 누가 낼지, 관리를 어떻게 할지 등을 결정한 상태에서 반환을 받았어야 하는 데 사후약방문 같은 얘기"라며 "미완의 반환 협상으로 끝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신 팀장은 "미군은 굉장히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오염 정화 비용을 낸 적이 없다"고도 강조했다.
녹색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미군기지 이전과 관련한 합의서 등에 환경을 오염한 자가 관련 비용을 부담한다는 '오염자 부담원칙'을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국제적으로나 국내에서도 통용되는 원칙이 미군기지 이전에도 적용되는 게 마땅하다는 것이다.
역대 정부도 'SOFA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양해각서'에 따라 인간 건장에 급박하고 실질적 위험에 해당하는 오염은 미국이 정화비용을 내야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긴 하다. 하지만 미군은 '기지에 대한 원상회복 및 보상의무를 지지 않는다'는 SOFA 규정 등을 근거로 의무가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미군 문제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SOFA 규정은 사용하던 시설물을 그대로 놔두고 가도 된다는 것으로 환경오염 비용과는 무관하다"며 "'오염자 부담원칙'은 기본중의 기본인데 의무가 없다는 미군의 주장은 전혀 맞지 않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정화 비용은 법적인 사안이 아니라 오롯이 외교력과 협상에 달린 것이라며 반환 후 청구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협상 과정에서 비용을 요구할 단서를 마련해 놓지 않는다면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새롭게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가 지금까지 환경오염 정화 비용 부담을 피해 온 미국으로부터 어떤 결과를 이끌어 낼지는 외교적 경로를 통해 협상을 어떻게 이끌지가 관건이란 견해도 내놨다.
전보규 기자·유근윤 인턴기자 jbk880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