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형사처벌이 면제되는 촉법소년 연령을 둘러싼 논쟁은 오랜 시간 반복되고 있다. 2000년대 초중반부터 인터넷 활성화로 범죄 관련 정보에 대한 접근이 쉬워진 데다 신체적 성장 속도가 빨라지면서 범죄의 저연령화가 나타나는 시대적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같이 높아졌다. 하지만 형사미성년자 연령 기준은 1953년 형법 제정 때부터 만 14세 미만으로 유지되고 있다.
3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촉법소년의 연령 기준을 만 14세에서 만 13세 또는 12세로 낮추려는 입법 시도가 지속됐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20대 국회에 올라온 7건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모두 폐기됐다. 21대 국회에도 촉법소년 연령 하향 법안이 여러 건 올라와 있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3일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12세 미만으로 조정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범죄의 저연령화·잔혹화 등의 문제가 있어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게 이유다. 강력범죄를 저지른 소년이 가벼운 처분을 받는 경우가 많은 현행법이 오히려 재범의 위험성을 키우고 범죄예방 효과를 악화한다고도 지적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살인, 성폭력 등 중대 범죄를 저지른 소년이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범죄에 맞는 처벌을 받지 않고 일부 소년이 이점을 악용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며 같은 내용의 법안을 내놨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의원들이 제시한 법안 발의 이유 외에 민법의 미성년자 연령을 2011년 출생자인 만 20세에서 만 19세에 낮춘 것과 마찬가지로 형사 미성년자의 연령도 하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런 시도와 이유에도 불구하고 촉법소년 연령 조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반대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정책 추진의 근거로 제시되는 소년범죄 저연령화 진단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고 외국의 사례 등을 봤을 때 엄벌주의가 효과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낙인효과란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점 등이 주요 이유다. 아동 인권에 관한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된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법무정책연구실장은 "연령을 낮춰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고 소년범 중 6%만 성인 범죄자가 된다"며 "소년 범죄자에 대한 사회 여론이나 법 감정이 들끓어도 법학자를 비롯한 관계 전문가들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년범의 대다수인 90% 이상이 일반 시민으로 생활하고 있고 범죄자로 낙인찍혀 사회 복귀가 어려워지면서 생길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보수적인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려는 입법 시도가 지속되고 있지만 '낙인효과' 등에 대한 우려에 밀려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 10대가 지난해 8월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이동하는 모습.(사진=뉴시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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